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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화살나무 단풍

2022-10-28

'저기 저기 저, 가을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미당 서정주의 시에 송창식이 곡을 붙여 부른 '푸르른 날'은 휴대폰이 컬러링 기능을 갖기 시작한 이후 20여 년간 줄곧 필자 손전화의 벨 소리이자 컬러링이다.

몇 차례의 태풍 영향을 받은 이후 비는 물론 흐린 날도 거의 없는 상태로 초가을을 지낸 나무들이 이제 기능을 다 한 잎에 아름다운 색을 입혀 산과 들을 가을 정취로 가득 채우고 있다. 좋은 햇살에 맘껏 광합성을 한 올해 단풍은 풍부했던 일조량만큼이나 아름답다. 가지에 날카로운 깃을 달고 있는 화살나무는 이름이 그 모양을 그대로 말해 주고 있어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다. 지역에 따라 달리 불리기도 한다. 날개의 모양이 참빗처럼 생겼다고 해서 참빗나무라고도 부르며, 금목(錦木)은 단풍이 비단같이 곱고 아름답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단풍이 든 화살나무 잎은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색이 신기하고 예뻐 뭐라 표현하기 어렵다. 젊은 여성의 화장대에 있는 분홍색 계통의 립팔레트처럼 예쁘고 영롱하다. 계란형의 작은 잎은 금방 붙인 네일팁(인조손톱)처럼 싱싱한 빛을 낸다. 땅에 떨어져서도 환상적인 그 색깔은 쉽게 변하지 않아 쓸어내기가 아깝다.

화살나무의 학명 유오니무스 알라투스(Euonymus alatus)에서 알라투스는 날개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움이란 저렇게 제 몸의 살을 낱낱이 찢어/ 갈기 세운 채 달려가고 싶은 것이다'(박남준 '화살나무'). 이 가을, 갈기 세운 채 달려가고 싶은 정체 모를 그리움의 끝은 어딜까.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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