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 규제 풀린 뒤 첫 행사
영국 BBC 방송,"참가인원 제한이 없었던 점에 주목"
워싱턴포스트(WP), 연국 G. 키스 스틸 교수 분석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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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일어난 압사 사고 영향으로 대구 남구 앞산 카페거리 공영주차장에서 열리던 '2022 대구 핼러윈축제'가 30일 취소됐다. 사진은 행사장 앞에 설치된 이태원 압사 사고 희생자 애도 현수막. 연합뉴스 |
핼로윈을 불과 이틀앞둔 지난 29일 밤 발생한 서울 이태원 참사와 관련 외신들과 전문가들은 참사 원인을 보도하고 있다. 또 핼로윈을 앞두고 사전에 조치를 한 외국의 대응도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 외신·전문가 참사 원인 분석도 보도
주요 외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규제가 풀린 뒤 열린 첫 핼러윈 행사였다는 데 주목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시간) 한정된 공간에 지나치게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초래됐다는 영국 잉글랜드 서퍽대 방문교수이자 군중 안전 문제 전문가인 G. 키스 스틸 교수의 분석을 소개했다.
스틸 교수는 "이른바 '집단 쏠림'(stampede)은 사람들이 달릴 공간이 있어야 발생하는데 이태원은 그런 사례가 아니다"라면서 "좁고 막힌 공간일 경우 군중 전체가 한 무더기로 무너지면 다시 일어날 수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미노 효과와 같다"고 말했다 .
그는 이런 사고는 통상 인파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밀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공황 상태에 빠져서 사람이 죽은 게 아니라 (깔린 채) 죽어가기 때문에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틸 교수는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오랜 기간 외부활동이 제한됐다가 올해 관련 규제가 대부분 해제되면서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이 핼러윈 행사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군중 시뮬레이션과 바이오정보학을 연구하는 마틴 에이머스 영국 잉글랜드 노섬브리아대 교수는 대형 이벤트에는 군중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적절한 기획과 훈련된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에이머스 교수는 WP에 "일반적인 관점에서, 위험하게 높은 군중 밀집도를 예측·감지·방지하는 적절한 군중 관리 프로세스가 정립되지 않는 한 이러한 일들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고에 휘말렸다가 살아남은 생존자의 증언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이 생존자는 "내 앞사람이 발이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나도 밀려 넘어졌다 내 뒷사람들 역시 도미노처럼 넘어졌다"면서 질식할 뻔하다가 간신히 빠져나와 돌아본 현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너무나 붐비고 시끄러운 탓에 불과 몇 m 앞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데도 주변 사람들은 이를 알지 못한 채 사진을 찍거나 화장을 하고 주점 주인과 언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CNN 방송 역시 좁은 거리에 인파가 빽빽이 몰려 움직이기 어려울 지경이었다는 목격자 증언을 소개했다.
윌 리플리 기자는 3년 만에 코로나19 관련 제한이 없는 첫 핼러윈 행사였다는 점을 언급하며 "마스크 착용 의무도, 군중 규모에 관한 제한도 없었다.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는 확성기 경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답변이 없는 큰 질문은 '왜', 그리고 '다른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라고 강조했다.
WP는 '서울 압사사고는 어떻게, 어디서 일어났나'라는 제목의 별도의 기사에서는 이번 비극의 원인이 여전히 조사 중이지만, 현장 영상을 보면 좁은 거리와 골목길이 몰려드는 인파의 규모를 감당할 수 없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 방송도 이번 행사에 참가인원 제한이 없었던 점에 주목했다. 이 매체는 "안전기준과 군중통제 조처가 취해졌는지 등으로 관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축제현장 안전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울에서는 핼러윈이 어린이들이 사탕을 움켜주는 날로 널리 기념되지 않는다"며 "최근 몇 년간 20대 안팎의 이들과 그 외 파티에 가는 이들이 핼러윈을 특유의 복장으로 치장한 채 클럽에 가는 주요 이벤트로 만들어버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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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강원 강릉시 명주예술마당에서 열린 전국생활문화축제장이 이태원 압사 참사 여파 등으로 공연이 취소돼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9일 서울 이태원에 쏟아진 인파에 밀려 대형 압사 참사가 벌어진 가운데,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비한 해외 각국의 사전 조치에 관심이 모아진다.
30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매년 전국적으로 성대하게 핼러윈을 기념하는 미국의 경우 지역 곳곳엣 교통사고 위험을 낮추고자 차량을 통제하는 곳들이 있다.
일례로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은 핼러윈 당일인 오는 31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맨해튼과 브루클린, 브롱크스, 퀸스 등지의 거리 약 100곳을 일시 폐쇄한다고 현지 타임아웃 등 현지 온라인 매체들이 전했다.
이웃집을 찾아다니며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이라고 외치고는 사탕이나 초콜릿을 받아가는 핼러윈 풍습에 따라, 도심을 '차없는 거리'로 만들어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워싱턴 지역방송인 WUSA9가 분석한 2011∼2020년 통계를 보면 평상시에는 18세 미만 인구의 일평균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0명 안팎에 그치지만, 핼러윈 기간에는 40명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공유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도 핼러윈을 목전에 두고 강력한 사고 예방책을 시행 중이다. 에어비앤비는 지난 6월 주변에 주의를 주는 파티와 행사를 영구적으로 금지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2019년 핼러윈 기간 캘리포니아주의 한 숙소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져 5명이 숨진 뒤 잠정적인 파티 금지 조치를 내렸는데, 이를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 창궐 직후인 2020년 8월 모든 파티에 대한 금지 조치를 미국에서 전 지역으로 확대 적용했고, 이후 파티 관련 신고가 44% 가량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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