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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권 법무법인 효현 대표 변호사 |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2년간 계약갱신요구권을 인정하면서,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 중 하나로 '임대인의 실거주'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임대인이 자신이 거주한다며 임차인을 내보낸 후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했다면 갱신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실거주 이유로 임차인을 내보낸 지 3일 만에 새 임차인에게 세를 놓은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으로 2천25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려 주목받고 있다. (2022년 10월18일 선고 2022가소1067836 판결)
A는 2019년 4월 임대인 B와 보증금 6억5천만원에 2년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B 소유 아파트에 거주하던 중 A가 임대차 계약갱신을 요구하기 전인 2021년 1월 B로부터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A는 다른 아파트를 구해 2021년 4월 이사했다. 그런데 B는 A가 이사한 지 3일 만에 새 임차인과 보증금 11억원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고, 이 사실을 안 A는 B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소송에서 B는 "A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사실조차 없어 갱신거절에 따른 손해배상의무가 없다. 또한 당초 직접 거주할 생각이었지만 2021년 4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이 급격히 변화돼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제3자에게 임대하게 된 것일 뿐이다. 새 임대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대응했다.
법원은 "우선 B가 구체적인 사유를 들어 계약갱신을 거절할 것임을 확실하게 밝힌 상황에서까지 A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임대인의 주장처럼 직접 거주하지 못하는 사정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결론적으로, B는 A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그 손해액은 B가 제3자에게 임대해 얻은 환산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간 차액의 2년분에 해당하는 금액인 2천250만원이라고 판단했다. 전월세 전환율이 2.5%이므로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1년)이 1천625만원(=6억5천만원×0.025), 새로운 임대 시 환산월차임(1년) 2천750만원(=11억원×0.025)의 차액이 1천125만원이므로 2년치는 2천250만원(=1천125만원×2)이 된다.
이번 판결은 임대인이 먼저 실거주 목적으로 계약갱신을 거절했다면 임차인이 별도의 계약갱신 요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 점에 큰 의의가 있다.
<법무법인 효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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