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직업적 숙명은
국민을 지키고 책임지는 것
'경찰에 격노' 보도에 맥빠져
격노는 시민들의 몫이지
책임져야할 대통령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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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분쟁 전문기자 |
"핼러윈 비극은 매우 인기 없는 지도자에 대한 시험이다."(블룸버그) "한국의 핼러윈 비극은 이미 윤을 괴롭히고 있다."(아시아타임스) "서울의 비극은 윤이 지도력을 증명하도록 압박한다."(저팬타임스)
이번엔 서울발 이태원 참사가 외신판을 뒤덮었다. 아시아, 유럽, 미국, 어디 언론 따질 것도 없이 저마다 "막을 수 있었던 참사" "시민의 분노"를 보도하며 "시험대에 선 인기 없는 대통령 윤석열"을 겨냥했다. 외신이 재난을 다루며 초동단계부터 곧장 대통령을 과녁 삼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외신판 문법으로 보자면 이번 참사는 경찰이나 행정안전부쯤을 먼저 도마 위에 올려 따질 법한데 말이다. 국제사회에서도 대통령 윤석열을 심상찮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외신판에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등장하고부터 바람 잘 날이 없다. 이제 좀 그치나 싶으면 어김없이 또 광풍이 몰아친다. 그 이름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그랬다. '주술'이니 '김건희'니 '장모'니 온갖 이설로 외신을 달구더니 용산으로 들어간 뒤엔 '욕지거리' 따위로 외신을 도배했다. 설마 그럴까? 못 믿겠다면 외신 보도가 뜨는 영문판 구글에서 'Yoon Suk Yeol'을 쳐보시라.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이 그동안 얼마나 희한한 뉴스거리였는지 한눈에 드러날 테니.
대통령이 입길에 오르면 시민이 피곤하다. "윤이 또 한 건 했구먼." 이태원 참사 이튿날, 한동네에 사는 독일 언론인 친구는 만나자마자 "K-참사"라며 윤을 입에 올렸다. 그로부터 나는 사흘 동안 윤을 물고 늘어지는 타이 기자들 전화에 시달렸다. 타이에 사는 한국 기자라는 팔자 탓에 피하기 힘든 고문이었다. 전화통을 즐기지 않는 내가 윤석열의 등장 뒤부터 만성피로를 겪어온 까닭이다.
이래저래 심사가 복잡한 터에 "대통령이 112신고를 무시한 경찰을 향해 격노했다"는 서울발 보도가 염장을 질렀다. 맥이 빠지고 가슴이 울렁대는 게. 이건 대통령이 경찰한테 재난 책임을 떠넘기고 빠지겠다는 꼴이다. 왜 일찌감치 국제 언론이 대통령 윤석열을 겨냥했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대통령이 진자리에서 시민사회를 향해 용서를 구하고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경찰을 향해 격노라니! 그 경찰을 거느린 행정부의 최고 책임자가 대통령 아니던가. 격노는 시민의 몫이지 책임져야 할 대통령의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66조2항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는 다른 말로 국가, 영토, 헌법의 주체인 국민을 지키고 책임지라는 명령이다. 이게 대통령의 직업적 숙명이다. 대통령이 마치 남의 일마냥 경찰을 타박한들 이번 참사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면 떠나는 게 상책이다. 시민은 오로지 책임을 물을 뿐 대통령의 격노 따위엔 아무 관심도 없다. 대통령 윤석열이 헷갈리면 안 되는 대목이다.
"민주사회에서 누구든 대통령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대통령을 해서는 안 된다." 흔한 이 말을 요즘 뼈저리게 실감한다. 5월10일 대통령 윤석열이 용산으로 갔으니 기껏 178일 만이다. 남은 4년 하고도 187일이 끔직한 까닭이다.
'카오트은얄름프라아(정글에 갈 땐 칼을 잊지 말라).' 타이 사람들이 즐겨 쓰는 속담인데 모든 일엔 준비가 필요하다는 속뜻을 지녔다.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은 시민의 고통이다.
<국제분쟁 전문기자>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번엔 서울발 이태원 참사가 외신판을 뒤덮었다. 아시아, 유럽, 미국, 어디 언론 따질 것도 없이 저마다 "막을 수 있었던 참사" "시민의 분노"를 보도하며 "시험대에 선 인기 없는 대통령 윤석열"을 겨냥했다. 외신이 재난을 다루며 초동단계부터 곧장 대통령을 과녁 삼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외신판 문법으로 보자면 이번 참사는 경찰이나 행정안전부쯤을 먼저 도마 위에 올려 따질 법한데 말이다. 국제사회에서도 대통령 윤석열을 심상찮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외신판에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등장하고부터 바람 잘 날이 없다. 이제 좀 그치나 싶으면 어김없이 또 광풍이 몰아친다. 그 이름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그랬다. '주술'이니 '김건희'니 '장모'니 온갖 이설로 외신을 달구더니 용산으로 들어간 뒤엔 '욕지거리' 따위로 외신을 도배했다. 설마 그럴까? 못 믿겠다면 외신 보도가 뜨는 영문판 구글에서 'Yoon Suk Yeol'을 쳐보시라.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이 그동안 얼마나 희한한 뉴스거리였는지 한눈에 드러날 테니.
대통령이 입길에 오르면 시민이 피곤하다. "윤이 또 한 건 했구먼." 이태원 참사 이튿날, 한동네에 사는 독일 언론인 친구는 만나자마자 "K-참사"라며 윤을 입에 올렸다. 그로부터 나는 사흘 동안 윤을 물고 늘어지는 타이 기자들 전화에 시달렸다. 타이에 사는 한국 기자라는 팔자 탓에 피하기 힘든 고문이었다. 전화통을 즐기지 않는 내가 윤석열의 등장 뒤부터 만성피로를 겪어온 까닭이다.
이래저래 심사가 복잡한 터에 "대통령이 112신고를 무시한 경찰을 향해 격노했다"는 서울발 보도가 염장을 질렀다. 맥이 빠지고 가슴이 울렁대는 게. 이건 대통령이 경찰한테 재난 책임을 떠넘기고 빠지겠다는 꼴이다. 왜 일찌감치 국제 언론이 대통령 윤석열을 겨냥했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대통령이 진자리에서 시민사회를 향해 용서를 구하고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경찰을 향해 격노라니! 그 경찰을 거느린 행정부의 최고 책임자가 대통령 아니던가. 격노는 시민의 몫이지 책임져야 할 대통령의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66조2항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는 다른 말로 국가, 영토, 헌법의 주체인 국민을 지키고 책임지라는 명령이다. 이게 대통령의 직업적 숙명이다. 대통령이 마치 남의 일마냥 경찰을 타박한들 이번 참사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면 떠나는 게 상책이다. 시민은 오로지 책임을 물을 뿐 대통령의 격노 따위엔 아무 관심도 없다. 대통령 윤석열이 헷갈리면 안 되는 대목이다.
"민주사회에서 누구든 대통령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대통령을 해서는 안 된다." 흔한 이 말을 요즘 뼈저리게 실감한다. 5월10일 대통령 윤석열이 용산으로 갔으니 기껏 178일 만이다. 남은 4년 하고도 187일이 끔직한 까닭이다.
'카오트은얄름프라아(정글에 갈 땐 칼을 잊지 말라).' 타이 사람들이 즐겨 쓰는 속담인데 모든 일엔 준비가 필요하다는 속뜻을 지녔다.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은 시민의 고통이다.
<국제분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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