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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육] 이젠 한숨만 나온다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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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지난 11월9일 교육부가 2022개정교육과정을 행정 예고했다. 다음 날 국가교육위원회 2차 회의에 2022개정교육과정 개발 현황에 대해 보고를 했다. 오는 29일까지 팩스로 의견 수렴을 받고 최종안을 보고하면 12월 말 국가교육위원회가 심의·의결하면 확정되고 교육부 장관이 고시하면 끝이다. 교육과정은 목표와 가르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법령체계에서 시행령이나 규칙도 아니고 훈령에 불과하지만 학교교육에서는 아주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다. 그런데 행정 예고한 교육과정을 보면 그렇게 긴 기간 우리가 무엇을 위해 토론하고 논쟁을 벌였나 싶어서 허탈하고 화가 나다가 자포자기 한숨만 나온다. 이 정권은 얼마나 교육에 반교육적인가 싶어 앞날이 깜깜하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개정은 OECD 교육보고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현재 2015개정교육과정은 역량중심 교육과정으로 불린다. 그만큼 미래사회를 대비하여 핵심역량으로 4C를 강조해서 가르쳤다. 2022개정교육과정은 2018년 나온 OECD교육2030의 영향을 받아서 개정 논의가 되고 시안이 발표되었다. OECD는 우리가 환경적 도전, 경제적 도전, 사회적 도전을 직면해야 하고 따라서 교육의 목표를 확대하라고 했다.

"우리는 모든 학습자가 전인적 인간으로 성장하고,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개인과 공동체, 지구의 건강과 행복(Well-being)에 기초한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2018년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자원이 무한해서 마음대로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공공재와 지속가능성, 건강과 행복이 진정한 가치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아이들은 책임감이 있어야 하고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 아이들은 분열보다는 협력을,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지속가능성을 우선시해야 한다. 교육을 통해서, 점점 더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며 복잡하고 모호해져 가는 세계에서 아이들이 직면하게 될 도전들에 패배하지 않고 그 도전들을 받아들이고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UNESCO는 이에 더 나아가 2021년 보고서를 내어 기후위기는 우리가 예상했던 속도보다 더욱 빨라지고, 긴박해지고 있으며 더 이상 지금까지 우리가 해 온 교육의 목적(개인의 성공·국가 경쟁력·경제 발전)을 재정립할 것을 요구했다.

"교육은 집단적 노력을 중심으로 우리를 결속하고 사회, 경제 및 환경 정의에 기반을 둔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 과학 및 혁신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환경적·기술적·사회적 변화에 대비하는 동시에, 과거의 불의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고 제안하고 있다.

2022개정교육과정 논의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전 지구적 교육혁신의 방향을 따라가도록 논의해 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은 OECD나 UNESCO의 보고서 따위는 멀리 내던져 버렸다. 며칠 전 이집트에서 열린 COP27에서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는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손상된 지구를 위해 교육과정에 담아야 할 생태전환교육을 교육목표에서 빼버렸다. 여기에다 보편적 언어인 민주주의를 기어이 이념과 탄압과 배척의 대결 언어로 사용되어 온 자유민주주의로 바꾸겠다고 했다. 기업의 자유를 내세우고 노동자를 근로자라고 적으면서 학교를 자본의 이윤 확대, 재생산을 실현하는 곳으로 추락시켰다. 교육과정은 기껏 기업에 맞는 근로자를 양성하는 곳으로 만들었다.

교육부 장관이 하는 꼴을 보면 디지털 전환에 대비한 AI교육은 에듀테크 업체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유네스코가 말한 잘못된 믿음과 불의를 강화하고 있다. 오히려 2015개정교육과정을 그대로 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이런 식이면 교사들은 고작 훈령에 불과한 교육과정을 멀리 던져버리고, 국회가 만든 교육기본법과 환경교육법에 맞추어 법에 충실한 교육을 하는 길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하긴 현재 대학입시제도 아래에서 교육과정과 교과서는 폐휴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교사들도 딱히 2022개정교육과정에 관심도 별로 없다. 한숨만 나온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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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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