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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의 시와 함께] 이현승의 '영월 혹은 인제'

2022-11-21

아픈 마음엔 풍경만 한 것이 없어라.

안팎으로 찢어진 것이 풍경이리라.



다친 마음이 응시하는 상처

갈래갈래 갈라져 나간 산의 등허리를 보는 마음은

찢긴 물줄기가 다시 합쳐지는 것을 보는 무연함이라네.

거기, 어떤 헐떡임도 재우고 다독이는 힘이 있어

산은 바다는 계곡과 별들은 저기 있네.



크레바스 사이로 빨려 들어간 산 사람처럼

상처 속의 상처만이 가만히 잦아드네.

(이현승의 '영월 혹은 인제')



영월이나 인제의 산은 늘 높고 가파르기에 풍경은 깊은 느낌을 준다. 길뿐만이 아니고 산의 스카이라인도 그렇고 흠뻑 젖어서 흐르는 강도 그렇다. 그곳의 산하는 사람을 쓰다듬는 힘을 가졌기에 누군가 그곳이 무시로 그립다. 이미 상처가 흥건한 사람, 상처가 씻긴 사람에게도 마음껏 열린 곳, 영월과 인제의 산과 강이다. 그러기에 그곳에 왔다가 주저앉아 버리는 사람도 부지기수이다. 어떻게 영월 혹은 인제의 산과 강은 사람을 만져주는가. 시인은 "갈래갈래 갈라져 나간 산의 등허리"와 "찢긴 물줄기가 다시 합쳐지는" 강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태곳적부터 상처를 입고 상처를 완성한 산과 강은 사람의 상처를 보듬는 높이와 넓이가 넉넉하기에 가능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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