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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경주 '경북천년숲정원'…습지 외나무다리를 건널라치면 발 아래로 '거울숲'이 빗장을 푼다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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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으로 들어서면 가늘고 긴 실개천과 같은 모습의 습지가 펼쳐진다. 습지의 외나무다리는 이름난 포토존이며 물에 비치는 반영이 아름다워 거울숲이라 불린다.


이제 금방 깨끗이 청소한 듯한 높다란 하늘을 가르며 메타세쿼이아의 붉은 삼각형 우듬지가 동화 속 성벽의 성가퀴처럼 늘어서 있다. 먼 데서부터 탄성을 불러일으키는 그것은 남천을 건널 즈음 온갖 수목의 무성한 얼굴 뒤로 숨어버린다. 천을 건너 통일전과 서출지로 향하는 길은 양쪽으로 무성한 수목이 촘촘한 담장을 이루고 있어 마치 성이 있는 장원의 가운데를 뚫고 달리는 듯하다. 이곳은 경북도 산림환경연구원이다. 서쪽의 담장 너머에는 연구원 본관과 연구동이 있고 오래 가꾸어온 숲이 충분히 풍부하게 자리한다. 동쪽의 담장 너머는 넓은 정원이다. 한동안 바리케이드가 출입을 막고 있어 스칠 적마다 요활하였던 정원이 오늘은 들고 나는 사람으로 벅적한다. 문이 열렸다. '경북천년숲정원'이다.

경북산림환경연구원 총면적의 80%
천년의 미소원·왕의 정원·버들못정원…
축구장 46개 규모에 다양한 테마공원

내년초 '지방정원' 정식 개장 앞두고
4년여 공사 끝내고 이달 초 임시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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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미소원에는 보물 제2010호로 지정된 얼굴 무늬 수막새의 조형물을 중심으로 노각나무와 감국, 할미꽃, 벌개미취 등 다양한 꽃들이 심겨 있다.


◆경북천년숲정원

'경북천년숲정원'이라 새겨진 커다란 바위 너머로 메타세쿼이아들이 한 번도 굽힌 적 없는 앙양한 자세로 눈부시게 솟아 있다. 그들의 넉넉한 줄기 사이를 지나 정원으로 들어서면 가늘고 긴 실개천과 같은 모습의 습지가 펼쳐진다. 습지를 따라 나립한 메타세쿼이아 숲에는 흙길과 데크길이 신선하게 밟히고, 도톰하게 높인 제방에는 무궁화길과 목련길이 눈길마다 새롭고 아득히 멀다.

습지에는 외나무다리가 있어 사람들이 그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곤 한다. 외나무다리가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15년 전 여름에 그 다리를 처음 보았다. 지금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다리 위에 올라 멋지게 포즈를 잡는 사람들이 있고, 멋진 순간을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이 있으며, 그들을 향해 카메라를 겨냥하고 있는 비장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저 쑥스러운 자유로움이란!' 하고 감탄하며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물에 비치는 그들의 모습이 거울 같아서 이 습지는 '거울숲'이라 불린다. 메타세쿼이아의 곧은줄기와 그 사이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도 습지는 거울처럼 비춘다.

목련길을 따라가면 '숲정원'으로 들어간다. 온갖 나무로 가득한 숲속에 산책로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얼마나 눈부신지, 숲에서는 약간의 빛도 숨 막히게 하는 데가 있다. 이 길에서 만난 이는 황혼에 접어든 부부뿐이었다. 고요의 질은 섬세하고 영혼은 소비되지 않는 채로 늙어가기를 희망하게 된다. '숲정원'을 벗어나 황토벚나무길을 따라간다. 무궁화원을 스치고 정원놀이터와 분재원을 지나면 입구로부터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메타세쿼이아와 칠엽수(七葉樹) 가로수길에 오른다. 칠엽수는 프랑스어로 마로니에다. 마로니에 잎은 거의 다 떨어졌고,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린다.

가로수길 너머에는 다양한 주제로 조성된 정원들이 산재해 있다. 철쭉원, 천년의 미소원, 왕의 정원, 암석원, 초화원, 겨울정원, 휴게정원, 수변정원 등이 있고 광장과 바닥 분수가 조성되어 있으며 곳곳에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정원들은 벚나무가 늘어서 있는 소롯길로 이어진다. 천년의 미소원에는 보물 제2010호로 지정된 얼굴 무늬 수막새의 조형물을 중심으로 노각나무와 감국, 할미꽃, 벌개미취 등 다양한 꽃이 심겨 있다. 봄과 여름이 고울 정원이다. 왕의 정원에는 신라시대의 왕들을 형상화한 상징 조형물과 이른 봄꽃을 피우는 매화나무를 잔뜩 심어 놓았다. 암석원은 김유신 장군과 단석산의 설화를 배경으로 만든 곳으로 황금소나무와 맥문동, 구절초 등이 식재되어 있다.

수변정원은 버들못정원이라 불리는데 과연 연못으로 가지를 늘어뜨린 수양버들이 아름다운 곳이다. 연못 주변으로 석창포, 느릅나무, 상수리나무, 수양 버드나무 등을 심었는데 이는 신라시대 전통 수종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 한다. 버들못정원 너머로 들이 넓다. 태평들이다. 가까운 들에는 벼들이 가지런히 누웠고 먼 들에는 하얀 마시멜로 같은 곤포 사일리지가 점점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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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 가로 도톰하게 높인 제방에는 메타세쿼이아숲과 함께 무궁화길, 목련길 등이 아득히 멀리 이어진다.

◆경북도산림환경연구원

경북산림환경연구원은 1907년에 묘목을 키우는 묘포장으로 시작됐다. 1931년 임업 시험장이 되었고 1970년대에 이르러 산림학교와 산림병원을 병설하고 천적 사육실 등을 건립했다. 이후 1993년에 경북도 산림환경연구소로 개칭하였고 2008년에 연구원이 되어 오늘에 이른다. 긴 시간 동안 연구원에서는 산림녹화와 목재 생산뿐 아니라 산림 부산물인 버섯류, 종실류, 산초, 약초, 산채 등의 임산물과 야생 조수의 증식 등을 포함하는 임산 자원 조성이라는 경제적 효과에 관계된 모든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뿐만 아니라 재해를 방지하고 대기를 정화하는 효과, 기상 완화와 방음, 방풍, 방조 등 공익적인 효과를 위한 연구도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농가의 소득을 증대할 수 있는 품종을 생산 보급하고 숲 체험을 통한 학습과 휴식의 공간으로 기능하기도 했다.

또한 연구원에서는 천연기념물 후계목도 키우고 있다. 천연기념물을 천재지변이나 병해충 등으로부터 훼손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증식 보존하는 유전자원 사업으로 경북 도내 38개체의 수목 천연기념물 가운데 문화재청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증식을 의뢰받거나 분양받은 후계목 등 총 31개체 6천260그루의 천연기념물 후계목을 증식 보존 중이다.

경북산림환경연구원에서 지난 긴 시간 동안 산림자원 보호와 연구 목적으로 가꾸어 온 우수한 식물자원을 모든 사람이 향유할 수 있도록 '경상북도 지방정원'으로 보다 넓게 개방한 것이 '경북천년숲정원'이다. 경북산림환경연구원의 총면적은 41㏊(12만4천여 평) 정도라 한다. 그 가운데 33㏊가 우리의 정원이 되었다. 2018년 10월10일부터 4여 년의 긴 공사 기간을 끝내고 내년 초 정식 개장에 앞서 11월 초 임시 개장을 결정했다. 방문객들의 빗발치는 개방 요구 때문이었다.

천년숲정원에는 910종 54만본의 각종 나무와 초화류 등이 식재되어 있다. 연구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정원에서 만나게 되는 수목 80종, 지피식물 67종 총 147종에 대한 도감을 볼 수 있다. 누구나 알기 쉽게 야외에서 직접 비교 관찰할 수 있도록 사진과 함께 꽃피는 시기, 열매 맺는 시기, 생태적 특성, 이름의 유래 등이 정리되어 있다. 오래전 이곳에 왔을 때, 연구원이 일부나마 개방되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무는 자라고, 자연은 예언적이며, 사람은 그가 바라보는 대상을 닮게 된다.

여행 Tip

개방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며 주차와 입장은 무료다. 본관 쪽의 숲도 매우 아름답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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