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21127010003576

영남일보TV

[단상지대] 호모 마스쿠스 시대의 젊은이들

2022-11-28

2022112701000841100035761
박승주 (대구경북학연구센터 대구읽기대표)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와 관련한 많은 신조어가 탄생하고 있다. 마스크가 일상 필수품이 되어가면서 '마스크를 쓴 인류'라는 의미의 '호모 마스쿠스(Homo Maskus)'와 같은 용어가 등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해마다 12월 초가 되면 한 해 동안 화제가 된 신조어와 유행어를 선별하여 그해 최고의 신조어·유행어 대상을 발표한다. 대상 발표에 앞서 지난 4일에는 주최 측인 유캔(U-Can)과 자유국민사가 '현대용어의 기초지식'에서 2022 유캔 신조어·유행어 대상 후보를 발표했다. 총 30개 후보 중, 코로나와 관련해서는 '오미크론株'와 '가오 판츠'라는 유행어가 있다. 이 중 '가오 판츠'라는 말은 한국어로는 '얼굴 팬티'라는 뜻의 다소 민망한 표현인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방지 대책으로 인해 상시 착용하게 된 마스크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즉, 마스크가 이제 속옷처럼 착용하지 않으면 부끄러운 물건처럼 되어버렸다는 의미다. 이 신조어는 처음에는 마스크 착용 반대파가 찬성파를 야유하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표현이라고 하는데, 코로나 시국이 장기화되고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야유의 의미보다는 젊은이들 사이에 생겨난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말로 그 의미하는 바가 조금 달라진 모양이다. 마스크를 얼굴을 가리는 팬티처럼 느끼는 이러한 현상은 중장년층보다는 연령이 어릴수록 공감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실제 일본 젊은이들을 취재한 인터뷰 기사를 보면 '마스크를 쓰면 20%는 더 미인으로 보인다' '마스크를 벗으면 사람들이 실망할지도 모른다' '애석한 얼굴이라는 평가를 받기 싫다' '표정이 읽히지 않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도 어필할 수 있다' '선생님이 화를 내도 데미지가 적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스크가 이제는 오히려 자기 얼굴의 단점도 감출 수 있고 사람들과의 불필요한 감정 소모도 차단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일본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마기꾼' '마해자' '역마기꾼'과 같은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마기꾼은 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이고, 마해자는 반대로 마스크와 피해자의 합성어로 역마기꾼과 동일한 의미라고 한다. 마스크 착용 전후로 현저하게 달라지는 인상의 변화 때문에 생겨난 말로 하관이 사람의 인상을 이렇게나 좌우하는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고 하던 지인의 말이 떠오른다. 얼마 전에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마기꾼인 거 들키기 싫어서 마스크 쓴 채로 급식 먹기'라는 영상을 추천받았는데, 거기에 4명의 남녀 고등학생이 등장해 요즘 학교 급식실 상황이라며, 마스크를 벗었을 때 듣게 될 마기꾼이라는 말이 두려워 아이들이 급식을 먹지 않거나 마스크로 가린 채 재빠르게 급식을 먹는 경우도 많다는 얘기를 했다.

이런 현상을 두고 혹자는 '탈(脫)마스크 시대의 신종 콤플렉스'라고 진단하기도 하는데, 호모 마스쿠스 탄생 원년인 2020년에 입학한 학생들은 3년 내내 마스크를 쓰고 살았으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로도 maskfish라는 단어가 있는 걸 보면 이것은 아마도 전 세계적인 현상인 것 같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올해 5월 첫 실외 마스크 해제일을 두고 '마기꾼 심판의 날' '마해자 자유의 날'이라 부르고,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가 되는 날을 '마기꾼 박멸의 날'이라 풍자한다고 하니, 그들의 언어유희에 감탄해야 할지 외모지상주의를 탄식해야 할지 아리송할 지경이다. 어쨌든 하루빨리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박승주 (대구경북학연구센터 대구읽기대표)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