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21128010003730

영남일보TV

[3040칼럼] 공공·운수 노동자들의 공동파업은 정당하다

2022-11-29

2022112801000882300037301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헌법 제34조에 따르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재난안전법 제4조 1항에 따르면 국가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진다. 그러나 과거 한국의 독재 국가는 제 손으로 국민을 죽이기도 했다. 그래서 1980년 오월 광주에서 꽃다운 이들이 죽었다. 그 후로 세상은 조금씩 변해왔다. 한국의 국가도 변해왔다. 과연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였다.

신자유주의 국가는 이제는 직접 제 손으로 국민을 죽이는 일이 드물다. 2014년 세월호 참사는 죽음의 원인이 달랐다. 당시 전문가들은 해경이 과적 점검이나 복원성 검증 같은 안전관리를 선사들의 이익단체에 위탁해 온 사실에 주목했다. 그 지적이 옳다면 한국의 신자유주의 국가가 제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지 않은 탓이 컸다. 국가 책임의 부재가 참사의 한 원인이었던 셈이다.

굳이 헌법이 아니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엄연히 국가 책임이다. 그러나 재정 긴축과 경영 효율을 앞세운 신자유주의는 그 일을 민간 위탁의 대상으로 여겨왔다. 안전관리는 대부분 상시 지속 업무임에도 공공부문조차 직접고용을 '털어내는' 외주화에 나섰고 그 결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숱한 죽음이었다. 예컨대 2013년 성수역, 2015년 강남역, 2016년 구의역의 스크린도어 정비노동자 사망 사고들이 그랬다. 서울지하철이 2018년 동 업무를 일반 정규직화하면서 비로소 안전규율이 강화되고 운행 장애가 줄었다.

그런 이유에서도 윤석열 정부 들어 규제 완화 명분으로 안전에 대한 국가 책임이 후 순위로 밀리는 상황은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통해 인력 감축으로 공공영역을 축소해 가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안전관리는 십중팔구로 업무가 축소되거나 민간에 맡겨진다. 당장 운행 장애가 빈발하고 오봉역 산재 사망 사고가 벌어진 와중에도 한국철도공사가 안전 인력 621명을 줄이기로 자체 결정한 데 이어 향후 784명의 추가 감축까지 검토되는 현실은 그 증거다. 더욱이 대통령은 평택 제빵공장 끼임 사망 사고를 두고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를 두둔하기도 했지 않았는가.

그러나 국가가 국민을 보호한다는 헌법 규정만으로는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를 막을 수 없었다. 참사의 진상은 낱낱이 규명되어야 하지만, 반복되는 연례행사인데도 올해 유독 경찰 병력이 안전관리 목적으로 배치되지 않았던 데에는 어쩌면 현 정부의 정책 전환 과정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기조가 후퇴한 영향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국가 책임의 부재가 이번에도 문제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는가. 역사는 민중의 행동이 만들어내는 정치적 압력 없이는 어떤 바람직한 사회 변화도 불가능하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공동파업을 계획하는 10만여 공공 및 화물 노동자를 마주한다. 노동자들은 국가 책임 강화를 내걸고 민영화 방지법과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화물 안전운임제도 확대 및 영구화, 공무직 법제화와 공공부문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한다. 모두 국민 안전 실현과 직결된 요구다. 더는 이 땅에 가슴 아픈 국민적 참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필자한테는 바로 그 정방향으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길에 나선 공공운수 노동자들의 공동 실천이 하나의 희망이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