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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문화산책] 취미판단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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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영남대 겸임 교수〉

예술에 대한 평가는 누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인가? 예술을 가장 많이 보고 판단하는 전문가, 평론가를 비롯해 특정 심사위원에 의해서 평가된다. 또 예술을 사랑하는 관객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그들은 각자의 관점으로 예술을 바라보고 점수를 매긴다.

만약 집단의 평가와 나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 이 간극(間隙)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누구의 평가가 맞는 것인가?' '내가 잘못 평가한 것은 아닌가?' 사실 이러한 평가의 차이는 당연하다. 사람마다 '미'에 대한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용공연을 예로 들어보자. 같은 공연을 관람하는 100명의 사람이 있다. 관람객들은 공연장을 나서며 개인의 판단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좋은 것 같아" "이 작품은 별로인 것 같아" 같은 공연을 본 관람객 사이에서도 각기 다른 판단이 내려진다는 것이다. 평론가가 좋다고 평가한 공연이 관객에게 외면받는 경우도 다수 있다. 이건 아마도 작품을 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술을 평가하는 전문가적 견지에서 예술은 상대적인 가치를 띤다. 다른 작품과 비교 했을 때 창의적인가? 예술적인가? 작품성이 있는가? 스토리텔링부터 연출의 형식, 연기력까지 수많은 기준을 잣대로 두고 작품이 좋은가 나쁜가 판단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행위가 과연 전문가에 의해서만 이뤄지는가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관객 역시도 작품에 대해 고민하고 본인의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판단한다. 그러한 판단기준에는 본인이 좋고 싫음의 감정까지 포함되기도 한다. 지금의 말로 이야기하자면 호와 불호의 느낌이 되겠다. 사실 이런 판단은 미학(美學)에서도 '취미판단'이라는 개념으로 찾아볼 수 있다. '취미판단(Geschmacksurteil)'이란 임마누엘 칸트에 의해 정립된 개념이다. 미적 판단의 주관적인 쾌(快)와 불쾌(不快)로써 판단한다는 의미다. 아름다움을 논하는 데 있어 객관적인 판단도 중요하지만, 주관적인 감정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본인의 의지와 쾌감으로 판단할 수 있고, 이는 미에 대한 평가에 있어 특별한 지식이나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더라도 주관에 따른 미적 판단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본다면 예술 작품이 좋다는 판단에는 특별한 기준도 이유도 찾을 필요가 없다. 내가 좋다고 느끼는 것, 그것이 진짜 좋은 작품일 수도 있다. 결국 예술에 대한 평가는 다른 누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닌 내가 판단하는 것이 되겠다.
김미진〈영남대 겸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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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영남대 겸임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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