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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너무 오래된 규정

2022-12-08

[취재수첩] 너무 오래된 규정
마준영기자<경북부>

"교육받을 권리의 주체인 학생에게 공평한 기회와 꿈을 주는 교육정책이 우선시 돼야 하지 않을까요. 20년이 넘은 오래된 규정으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학생의 몫이 됐습니다."

경북도교육청을 상대로 단설중학교로의 전환을 요구하며 한 달여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경북 칠곡군 순심여중 학부모들의 하소연이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현재 순심여중은 같은 재단 학교인 순심여고에 수십 년간 '더부살이'하면서 학생들이 입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교육부가 정한 중학교 수업시간이 45분이지만, 병설로 운영돼 순심여중 학생들은 고등학교와 같은 50분 수업을 한다. 초등학교(40분 수업)를 졸업한 학생이 순심여중으로 진학할 경우 수업 시간이 10분이나 늘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 고등학교 중심의 학사일정으로 중학교의 독립적이고 특화된 교육과정의 설계가 어렵다. 교장 한 명이 여중과 여고를 동시에 관리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관리 또한 어렵다. 도교육청 지원 예산도 단설중학교의 60%에 불과해 그 피해를 온전히 학생들이 받고 있다. 여고도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대입 일정상 수시전형으로 진학을 준비하는 고3 학생들이 학업·면접 등 전형에 맞는 전략을 짜는데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럼에도 경북도교육청은 순심여중의 단설화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학교 12학급, 고교 12학급 이상으로 각각 운영되거나, 두 학교 학급을 합쳐서 30학급 이상이 되면 단설화가 가능하고, 모든 시설이 분리돼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이밖에 타 시·군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정'이라며 반발한다. 오래된 규정으로 인해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등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며 서명운동을 진행해 현재 참여자가 1천600명을 훌쩍 넘어섰다.

학부모들은 단설화에 대한 명분과 당위성도 차고 넘친다고 반박한다. 본관동 증축으로 중·고교 교육공간이 완전히 분리됐고, 교문까지 따로 사용하는 등 운동장·급식소·강당 이외의 시설은 물리적 교류가 전혀 없는 상황으로, 단설교로서의 시설적 준비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관련 사안에 대한 민원은 물론 정식 공문이 경북도교육청에 접수된 지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모든 교육정책 방향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학생의 학습권이나 부모의 자녀교육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 경북도교육청은 진정성 있고 성의 있는 답변을 하루빨리 내놔야 한다.마준영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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