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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임〈국립백두대간수목원 보전복원실〉 |
댕강나무는 영월과 단양·제천 등지의 석회암 지대에 드물게 자라는 한반도 특산식물이다. 꽃은 5월 중순에 짙은 향기를 내며 핀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우리의 댕강나무를 두고 '향기댕강나무(Fragrant Abelia)'라고 부른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이 댕강나무 보전 연구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끝을 알 수 없는 채광 활동으로 댕강나무의 군락지가 꾸준히 줄고 있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 어디에도 없고 한반도에만 사는 식물이라는 점에서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는 이렇게 사라질 위험에 처한 우리 식물의 종류를 밝히고 그들의 상황을 분석하는 업무를 중점 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개엽과 개화와 수분·수정·결실, 그 일련의 과정 동안 서식지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기록 등 가능한 한 모든 일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분석해서 그들에게 닥친 상황을 파악한다. 그래야 위기에 놓인 식물의 과거를 짐작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수목원의 특히 중요한 임무는 '대체서식지(현지외보전원)'를 실제로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개발 활동으로 부득이하게도 자연의 한 곳을 허물게 될 경우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여 그들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장소가 대체서식지다. 그렇게 마련된 댕강나무의 대체서식지가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곳곳에 있다.
우리의 댕강나무보다 중국댕강나무의 원예품종인 꽃댕강나무가 일반인들에게는 더 익숙한 편이다. 개화 기간이 길고 자람이 까다롭지 않아 국내외 없이 조경수로 널리 재배하고 남한의 공원과 정원에 즐겨 심기 때문이다.
정작 우리 댕강나무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건 서양의 정원 애호가들이다. 일찍이 유행처럼 대륙 전역에 번져나간 꽃댕강나무가 그들에게 다소 지루해질 무렵 우리 댕강나무를 접한 것인데, 꽃도 곱고 향기도 좋은 데다가 쉽게 접할 수 없다는 희귀성 때문이었다.
일본 나고야에서 채택되어 2014년 발효된 '나고야의정서'는 각국의 생물과 그 유전자원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원산지에 우선한다는 국제협약이다. 그 약속에 따라 국가의 생물에 대한 권리인 '생물주권'이 인정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생물 종을 무기로 총성이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바야흐로 생물 소재의 국산화가 국력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 중심에 댕강나무가 있다. 조경수나 정원수로 적합하고, 신약과 화장품의 원료가 되는 생리 활성 소재로서의 가능성이 그들의 몸 곳곳에 녹아있어서다. 댕강나무를 비롯하여 우리 땅에만 자라는 고유식물은 생물이 국력이 되는 시대에 우리가 부릴 수 있는 필살기와도 같다. 우리 국가의 핵심 국력인 셈이다.
과도한 개발을 줄여 우리나라 고유 희귀식물의 서식지를 지키는 일, 불가피하게도 개발이 진행될 경우 서식지 바깥에 안전한 대체서식지를 조성하여 그들이 삶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강구하는 일, 그 식물들을 대량으로 증식하고 활용하기 위한 기초 연구를 확대하고 꾸준히 이어나가는 일은 우리나라가 생물 다양성 강국이 되는 시대를 앞당기는 길이 될 것이다.
허태임〈국립백두대간수목원 보전복원실〉

허태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보전복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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