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서구 내당동 홈플러스 내당점 외벽 시계탑 아래로 '8월 13일까지 영업 마감', '고별정리'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그동안 애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고객을 향한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폐점을 사흘 앞둔 이곳 출입구에는 마지막 세일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오랜 세월 서부권 상권의 중심이었던 점포의 끝을 알리고 있다.

이 부지는 원래 서부권 최대 예식장이던 황제예식장이 있던 자리다. 2001년 예식장이 문을 닫은 뒤 2003년 부산계 유통업체 탑마트가 들어섰지만, 2년 만에 까르푸로 매각됐다. 2005년 4월 19일 개점한 까르푸 내당점은 홈에버를 거쳐 홈플러스로 전환되었고, 20년 4개월 동안 서부권 주민들의 생활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폐점 배경에는 장기적인 내수 침체와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이 있다. 최근 5년간 대구 대형 유통업체 수는 40곳에서 34곳으로 줄었으며, 쿠팡·마켓컬리 등은 신속 배송과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를 흡수했다. 홈플러스 역시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점이 부메랑이 됐다. 신선식품·체험형 매장 강화 같은 오프라인 강점을 적극적으로 살리지 못했고, 일부 점포 구조조정에 치중한 경영 전략은 고객 이탈을 가속화시켰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내당점도 매출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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