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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하재근의 시대공감] 개인방송에서 코미디가 부활했다

2022-12-09

대중문화 기본장르 코미디

젊은 누리꾼 취향 맞춤 저격

개인방송서 인기몰이중

큰웃음 줬던 국민 코미디로

다시금 탄생할 수 있을까

[하재근의 시대공감] 개인방송에서 코미디가 부활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12월에 발표된 2022년 유튜브 국내 인기 크리에이터 순위에서 1위와 2위를 코미디 채널이 차지했다. 1위에 오른 '숏박스'는 구독자가 230만여 명에 달한다. 2위인 '너덜트'는 145만명이다. 유튜브는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기성 티비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는 신흥 플랫폼 강자다. 그런 플랫폼에서 큰 인기를 누린다는 건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는 이야기다. 이 밖에도 '장삐쭈' '피식대학' '과나' '김해준' 등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한때 코미디는 거의 고사 위기에까지 몰렸었다. KBS '개그콘서트', SBS '웃찾사', MBC '개그야' 등이 국민의 사랑 속에 각축전을 벌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차츰 인기가 사라졌다. 결국 '개그야'를 필두로 '웃찾사' '개그콘서트' 등이 차례로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코미디 사멸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왔고 JTBC가 '장르만 코미디'를 통해 코미디 부활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청자의 관심을 모으지 못했다. KBS가 코미디를 살린다며 '개승자'를 시도했지만 역시 무관심 속에 종영했다. 티비에선 tvN '코미디빅리그' 단 한 프로그램만이 코미디의 명맥을 겨우 잇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실업자가 된 개그맨들의 생계를 걱정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유튜브 등 신흥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코미디가 뜬 것이다. 유튜브를 통해 코미디가 부활하는 형국이다.

티비에선 소외됐던 코미디가 개인방송으로 뜨는 것은 일단 방영시간과 포맷이 다르기 때문이다. 티비 코미디는 1시간 내외의 정규프로그램이다. 그 시간 동안 티비 앞을 지키면서 봐야 한다. 반면에 개인방송 영상은 길이가 짧다. 티비 같은 미디어 기기 앞에서 지키고 있을 필요도 없다. 잠시 시간이 날 때 휴대폰으로 언제든 볼 수 있다. 티비 프로그램도 물론 휴대폰으로 볼 수 있지만, 개인방송 인터넷 영상보다 번거롭다.

또 기대치에도 차이가 있다. 티비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선 시청자가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다. 빵빵 터져주지 않으면 프로그램에 실망한다. 반면에 인터넷 영상은 오다가다 잠시 심심풀이 차원에서 보는 경우가 많다. 그저 가벼운 미소 정도만 유발해도 시청자가 만족한다.

원래 인터넷 시대 이후 누리꾼들은 잠시 웃음을 주는 가벼운 콘텐츠들을 매우 선호해왔다. 인터넷 코미디 영상이 그런 선호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또 티비 코미디는 모든 국민이 대상이기 때문에 각 집단의 평균치 정도에 맞춰 만들어진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공감을 주지 못할 수 있다. 반면에 뉴미디어 개인방송은 젊은 누리꾼들의 취향에 딱 맞춰 만들기 때문에 주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가 쉽다.

이러한 배경에서 코미디가 개인방송으로 부활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코미디 사멸에 대한 우려는 사라지게 됐다. 코미디는 대중문화에서 기본 장르 중의 하나다. 이런 기본 장르가 유지돼야 대중문화산업의 저변이 튼튼해진다. 특히 코미디는 요즘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예능의 인력풀 역할을 한다. 이경규,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김용만, 박수홍 등 주요 사회자들이 대부분 코미디 출신이다. 예능의 웃음이 즉흥적인 데 반해 코미디는 기획된 웃음을 만들 수 있고, 그래서 코미디의 웃음이 예능의 그것보다 더 깊다. 코미디는 당대를 반영하면서 비판하는 풍자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그래서 코미디의 부활이 반갑다. 다만 인터넷의 짧은 영상만으론 코미디의 가능성이 모두 발현된다고 하기 어렵다. 오랫동안 방송을 통해 국민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코미디다. 새해엔 다시금 국민 코미디가 탄생할 수 있을까?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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