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도 '신라 왕경' 메타버스로 복원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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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통일국가인 신라는 1천년 역사를 자랑한다. 반만년 우리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5분의 1인 셈이다. 신라의 역사는 서라벌(경주)에서 시작됐다.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 이슬람제국의 바그다드, 중국 왕조의 시안과 함께 서라벌은 당대 100만명이 넘는 인구를 자랑했던 '4대 고대 도시'였다.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 보고인 서라벌은 석굴암·불국사·양동마을 등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세계문화유산을 갖고 있다. 하지만 찬란한 역사·문화에 비해 세계인의 인지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이에 경북도는 천년 고도 서라벌을 메타버스 공간에 구현하는 작업에 나선다. 1천년 수도가 '메타버스 수도'로 이어지는 대역사가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K-문화유산 '디지털 신라 왕경'
가상(VR)·증강(AR)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급부상했다. 또 첨단기술의 상호작용으로 교육·스포츠·엔터테인먼트·문화유산 등 각 분야에서는 융복합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문화재 소비·활용 패턴도 디지털 형태로 급변하고 있다. 이제 문화유산은 디지털화를 통해 미래 콘텐츠의 원천자원으로 활용된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디지털 대전환 2030'을 발표하고 문화재의 보존·관리·활용 방식을 디지털로 대전환하는 등 문화유산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신라 왕경이 가상 공간에 구현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고대 4대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K-콘텐츠가 세계적 대세로 자리 잡은 터라 신라 왕경은 K-헤리티지(Heritage)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신라 왕경 핵심 유적 대부분이 속해 있는 경주 역사유적지구가 이미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점도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K-콘텐츠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바탕으로 가상공간 속 신라 왕경을 킬러콘텐츠로 집중 육성하는 한편 다양한 서비스를 글로벌 시장에 제공하면 관광객 유치 등 현실 공간에서도 파급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2006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신라 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을 통해 디지털 복원에 필요한 자료가 완벽한 수준으로 구축된 점도 사업 추진의 성과를 기대하게 한다. 고증 자료·문헌 부족에 따른 비용·시간 투입 등이 절감될 뿐 아니라 보다 더 사실적·구체적 복원과 추후 수정이 가능한 점도 장점이다. 현실에서 복원된 신라 왕경이 손상됐을 경우 추후 복원에 필요한 자료로도 활용 가능하다. 물론 디지털 복원의 가장 큰 장점은 실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혁거세~삼국통일 이후까지
타임머신 플랫폼 등 구축 계획
시공 초월 박물관 들어서는 셈
신라 인지도 전세계 확산 기대
사료부족 등 고증 한계 넘어야
관련 연구·전문인력 양성 필요
◆천년고도 서라벌 복원 어떻게
경북도는 '천년 신라 왕경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를 글로벌 K-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한 복안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박혁거세 신화 등 태동기에서부터 시작해 화랑의 기상과 삼국통일 이후 꽃 피운 다양한 문화유산에 이르기까지 신라의 전 주기를 담아 서라벌을 복원할 방침이다. 신라 왕경 복원사업은 '핵심유적 디지털 복원' '타임머신 플랫폼 구축' '디지털 체험관 조성' 등 3단계로 추진한다.
우선 신라 왕경 핵심유적 디지털 복원은 14개 개별 유적에 대해 이뤄진다. 이전까지 추진된 복원·정비사업의 성과를 활용해 디지털 자료로 유적 복원의 데이터를 구축하고, 원형 복원을 위한 연구자료를 축적해 신라 왕경의 핵심을 완성한다. 현재 진행 중인 황룡사 9층 목탑 디지털 복원을 시작으로 경주월성·분황사·사천왕사 등 부존 유적의 복원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신라 왕경 타임머신 플랫폼 구축에는 내년부터 3년간 국비 270억원이 투입된다. 가상공간에 신라 및 통일신라시대 서라벌 전역을 구현한다. 이미 내년 예산(국비 90억원)을 확보했으며 문화재청과 함께 신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다. 핵심유적 디지털 복원이 '점 단위' 사업이라면 플랫폼 구축사업은 이를 '입체화'하는 과정이다. 지리·공간 정보 등을 활용해 서라벌을 재현한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벽 없는 박물관' 경주가 고스란히 가상 공간에 들어선다.
신라 왕경 디지털 체험관은 디지털 복원과 플랫폼 구축을 통해 완성된 디지털 콘텐츠를 현실 공간에서 체험이 가능하도록 조성하는 사업이다. 경북도는 천년 신라 왕경 디지털체험관 건립 용역 지원과 함께 전문가 포럼, 학술대회 등의 지원을 위해 내년에 2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앞으로 관련 절차 등을 거쳐 신라 왕경 디지털체험관 건립을 위한 국비를 확보해 본격 추진한다. 사업 대상지로 신라 왕경 구역과 인접한 지역을 물색 중이며, 총사업비는 3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대규모 사업인 만큼 경북도는 경주시와 함께 지속적인 국비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신라 왕경 디지털체험관이 운영되면 온라인 플랫폼 사용이 익숙지 않은 세대는 물론 경주를 직접 방문하는 관광객 등에게 디지털로 구현된 과거 신라의 모습을 생생하게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며 "현장에서 만나는 신라유적과 디지털공간의 신라유적을 연계해 더 높은 몰입감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복원 추진력 확보 과제
찬란했던 천년 고도의 본모습이 시공간을 초월해 되살아나면 서라벌은 새로운 천년을 이어갈 동력을 얻게 된다.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는 국내를 뛰어넘어 전 세계로 퍼질 것이다. 경북도가 표방하는 '메타버스 수도'가 가시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고증, 세계유산 협약을 이유로 복원이 힘들었던 황룡사·월성·분황사 등 유적의 디지털 복원을 시작으로 실물 복원도 탄력받을 전망이다. 향후 기술 발전에 따라선 현장에서 복원 결과물 확인도 곧장 가능해지게 된다. 실감기술과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문화유산의 디지털화사업은 앞으로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라 왕경 디지털 복원을 시작으로 경북은 문화유산 디지털산업 거점으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 넘어야 할 산도 적잖다. 특히 인력 양성, 연구기관 설립 등 신라 왕경 디지털 육성에 관한 내용은 특별법 외에도 추가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신라 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은 신라 왕경 핵심유적을 복원·정비함으로써 민족 정체성을 확립하고 경주를 활력 있는 '역사문화유산도시'로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별법 제정은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규정하고 사업대상의 명확화, 재정 지원, 조직의 설치 등 안정적 사업추진을 위한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다만 지역산업과의 연계 발전 및 연구기관 설립, 전문 인력 및 대학 육성과 더불어 신라 왕경 디지털 육성에 관한 내용은 추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 관계자는 "특별법 제정으로 사업 추진의 법적 근거 마련이나 공감대 등은 형성됐지만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를 추진하다 보니 사업 지연, 가시적 성과 미흡 등의 문제가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자료 부족, 목조건축물 부재 등 고증 한계로 인한 어려움도 많다. 향후 영화·사극 제작, 고대도시 영상을 활용한 게임 개발 등 각종 콘텐츠 유료화를 통한 성과도 기대되는 만큼 디지털 복원과 함께 관련 연구·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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