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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동대구로에서] 제36회 상화시인상을 마무리하며

2022-12-28

영남일보가 공동운영하며

'공정' '신뢰' '소통'에 주력

운영상 미숙한 점 있었지만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 마련

문단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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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운 문화부장

어제(27일) 시상식을 끝으로 제36회 상화시인상이 마무리됐다. 상화시인상은 민족시인 이상화 선생의 시대정신과 문학세계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1985년 죽순문학회가 제정해 23회까지 주관해 오다 이상화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가 발족하면서 이관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통과 역사성에서 국내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다.

하지만 2020년 제35회차에 예기치 못한 갈등을 빚어 논란이 됐다. 당시 모습을 지켜보면서 내심 아쉽고 안타까웠다. '차디찬 들판'에 상화 선생을 우리 스스로 내몰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시가 무너지면 사랑이 무너지고, 사람이 사라져 미움과 비인간의 시대가 온다'는 걱정마저 들었다.

그러던 중 올해 상반기, 기념사업회가 영남일보에 '상화시인상 공동운영'을 제안했다. 처음엔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2년 전 갈등의 '여진'이 남아 있고, 자칫 영남일보가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깊은 논의 끝에 공동운영 제안을 받아들였다. 상화시인상의 정상화 역시 언론의 소명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차디찬 들판'에 홀로 서 있는 상화 선생을 그대로 두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선생에게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게 힘을 보태야 했다. 특히 문학상은 시인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문학의 언어를 기억하고 그 속에 담긴 시대정신을 잊지 말자는 것이 진정한 문학상의 가치이며, 그 일은 후대의 책무다.

공동운영 제안을 받아들인 후 지난 5월18일 기념사업회와 영남일보는 '상화시인상 및 문학제 상호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제36회 상화시인상 선정에 들어갔다. 올해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공정성'과 '신뢰' 그리고 '소통'과 '화합'이었다. 운영위원회에서도 이 점을 가장 큰 화두로 삼았다. 먼저 상화시인상 운영 규정을 일부 개정하고, 기존의 일반 공모 방식을 변경해 새로운 심사 절차를 마련했다. 또 본상 외에 선정하던 '우수시집'은 올해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

심사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쳤다. 심사위원들에게 사전에 같이 참여하는 위원이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기념사업회 측에도 알리지 않았다. 혹시 명단이 유출될 경우 또 다른 간섭이 있을 수 있고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긴 논의와 심사 끝에 이민하 시인의 시집 '미기후'가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상화시인상 실무를 맡아 진행해 오면서 숱한 전화를 받았다. 진심 어린 걱정과 응원의 목소리가 많았다. 언론이 나서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인사도 전해졌다. 평소 존경하던 원로 문인들은 묵묵히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소문도 들렸다. 그런 소문에는 개의치 않았다. '상화'라는 이름만 새겼다. 물론 운영상의 미숙한 점도 많았다. 미처 양해를 구하지 못해 오해를 사기도 했고, 진심을 모두 전하지 못해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린다.

이제 상화시인상은 새 도약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문단과 시민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전히 '여진'은 남아있지만 상화시인상이 선생의 시대정신을 되새기고, 한국문단의 거대한 물줄기가 되길 기대한다. 그 물줄기가 마중물이 되어 지역의 숙원사업인 '이상화 문학관' 설립도 현실화되길 바란다. 다시 한번 문단과 지역사회의 응원과 지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백승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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