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창작플레이에서 활동 중인 권성윤 배우는 "좋아하는 것들을 무대에서 표현하는 '무대예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대구에서 '무대예술'을 하고 있는 권성윤입니다." 지난 11일 대구 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권성윤(29)씨는 무대예술을 하는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배우가 아닌 무대예술이라는 명칭을 쓰는 이유에 대해 그는 "무대에서 배우, 연출 등 다양하게 활동을 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무대에서 만들어 내고 싶어서 '무대예술'을 하는 사람으로 소개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19세 때 뮤지컬 '빨래' 본 후 매료
10년 준비 프로골퍼서 진로 변경
안동서 만원 들고 무작정 대구行
극단예전·시립극단 인턴 등 10년차
캐릭터별 섬세한 습관 묘사 탁월
올 인형극 '소녀, 순이' 연출 준비
권 배우는 현재 극단 창작플레이에서 활동 중이다. '나이가 많은 역할' '여자 역할' 등 다양한 인물들을 연기하면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24세 당시 연극 '데자뷰'에서 맡은 토지꾼역, 25세 때 연극 '그녀가 산다'에서 담당한 멀줌마(멀티아줌마)역, 26세 때부터 현재까지 출연하고 있는 연극 '돌아와요 미자씨'에서 할아버지역 등이 있다.
실제 나이보다 많거나, 성별이 다른 역할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어떤 작품이라도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권 배우는 "어렸을 때 어떤 역할이든 다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연극이 너무 좋았고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했다"면서 "각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어떻게 걸을까, 어떻게 느리게 말을 할까 하는 등의 분석도 즐거웠다"고 했다.
권 배우는 캐릭터마다 '습관'에 대해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돌아와요 미자씨의 할아버지 역은 다리가 아픈 역할이다. '아이고야'라고 소리를 낸다든지,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만지는 모습 등을 캐치해서 연기했다"면서 "토지꾼 같은 경우 험한 일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산도 많이 오르는 등 활동을 많이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허리가 많이 아프다는 점 등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멀줌마' 역할 당시 처음에는 힘들었다고 이야기했다. 권 배우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호피 무늬 원피스를 입고 립스틱을 바르고 가발과 머리띠를 썼다. 분장하고 나니 생각보다 이뻐서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면서 "당시 역할을 분석하지 말고 다 꾸민 상태에서 거울을 보면 어떤 아줌마일지 떠오를 것 같았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니 덩치가 있고 남자같이 생겼으니 힘이 강한 아줌마로 해야 되겠다고 결정하고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나이 많은 역할을 하다 보니 권 배우는 또래 배우들보다 선배들과 합을 맞추는 일이 많다. 힘들거나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좋은 점이 더 많다고 이야기했다. 권 배우는 "공연을 끝내고 나면 더 많이 성장하게 된다. 선배들이 공연을 통해서 연기, 습관 등에 대해 다양하게 피드백을 해준다. 특히 같은 극단의 이창건 배우와 박인경 배우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또 연기를 시작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다 보니 선배들이 편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권 배우는 19세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이전에는 프로 골프 선수를 준비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아버지의 권유로 선수를 준비하던 권 배우는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뮤지컬 '빨래'를 본 후 연극에 매료가 됐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해왔던 골프의 길을 포기한다고 하니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 당시 안동에서 만원 한 장을 들고 버스표를 사서 무작정 대구로 왔다. 터미널에 도착 후 다시 버스를 타고 내린 곳이 극단 예전 앞이었다"면서 "그렇게 극단 예전에서 활동을 하다가 대경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하게 됐다. 졸업 후에는 대구시립극단 인턴으로 활동했다. 이후 프리랜서처럼 활동하다가 현재 극단 창작플레이에서 정착하게 됐다"고 했다.
10년 정도 대구 연극계에서 활동한 그는 대구를 떠나 서울로 갈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권 배우는 "제가 꿈꾸는 무대예술을 서울에서 하든 대구에서 하든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한다. 대구에서 해도 서울보다 더 멋진 무대를 만들 수 있다. 서울에 기발하고 멋진 작품이 있으면 서울로 가서 보고 오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올해의 목표에 대해 그는 인형극 '소녀, 순이' 연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에 초연한 인형극은 유관순 열사에 관한 내용이다. 권 배우는 "열사로서의 유관순을 들여다보는 게 아닌 한 소녀로서의 유관순을 표현할 예정"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자신이 생각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공연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권 배우는 "무대예술을 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연극, 인형극 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무대에 올리는 공연들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정지윤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