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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노년층 '빚 내서 빚 막기' 심화

2023-04-18

30대이하 다중채무 6만5천명↑
60대이상 1년전比 4만명 늘어
달빛동맹 힘 모아 미래로

직장인 김모(38·경산시)씨는 최근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주야간 2교대로 일하는 직장 동료의 추천을 받아 가상화폐에 투자한 게 패착이었다. 일주일 만에 수익률 20%를 달성했지만 석 달 후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날렸다. 10년간 직장생활로 모은 돈을 날린 그는 원금을 회복할 요량에 주식에 뛰어들었다가 나머지 돈마저 몽땅 잃었다. 그래도 '본전 생각'은 뿌리치지 못했다. 여러 개의 신용카드를 만들고 현금서비스를 받아 마련한 자금으로 SNS에 떠도는 재테크 투자에 나섰다. 이 자금 중에는 "한 달 뒤에 800만원으로 돌려 드리겠다"며 아내 몰래 장모에게 빌린 500만원도 포함됐다. 종잣돈을 모조리 잃은 김씨가 현재 갚아야 할 부채는 1억8천만원이다.

이모(65·대구 달서구 두류동)씨는 코로나 팬데믹에 직격탄을 맞았다. 20년 이상 식당을 운영해 온 그는 직원 2명을 두고 나름 안정된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 매출은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첫 1년 반은 버텼지만 월급 줄 돈이 없어지면서 직원을 내보냈다. 세금조차 내기가 버거워 사업자 대출을 받아 급한 불은 껐다. 빚은 빚을 불러왔다. 연이자 10%가 넘는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대출, 정부 대출 상품인 '햇살론'을 받은 탓에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월평균 이자는 100만원에 달했고, 원리금 상환액의 20%가 이자였다. 대출 빚 때문에 폐업도 못하고 식당 영업은 계속한다.

김씨와 이씨처럼 최근 1년 새 30대 이하 청년층과 60대 이상 노년층에서 다중채무자가 급증하고 있다. 다중채무자는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사람을 뜻한다.

실제 17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30대 이하 청년층 다중채무자는 141만9천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만5천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들의 대출 잔액도 2천억원 늘어난 157조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코로나 확산 이후 불었던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청년층 다중채무자 증가의 주요인으로 추정된다.

60대 이상 노년층 다중채무자는 58만1천명으로 1년 전보다 4만명 늘었다. 같은 기간 대출 잔액은 54조1천억원에서 58조1천억원으로 4조원이나 증가했다. 고금리 시기에 대출 상환능력이 떨어져 이자 비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같은 기간 40대 다중채무자는 137만1천명에서 133만7천명으로 3만4천명 감소했다. 50대의 경우 113만2천명에서 113만7천명으로 5천명 늘었다. 40~50대 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조4천억원, 6조9천억원가량 줄었다. 40~50대 채무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청년과 노년층을 중심으로 '빚 돌려막기식 대출'이 심화된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고금리 탓에 악성 다중채무자가 늘어나면 사회문제화로 비화될 우려가 높다. 이자부담을 낮추는 민생금융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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