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괜찮지 않다고…'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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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표지와 저자 정순임. |
종가의 전통 장맛을 이어가며 살고 있는 정순임씨가 에세이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파람북)를 펴냈다.
저자는 한문 번역을 하며 살던 생활을 접고 오십이 되던 해에 종부(宗婦·종가의 맏며느리)인 어머니로부터 간장·된장·고추장·떡·조청 등을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귀향한다.
저자의 고향집에서 아버지와 일찍 사별한 후 홀로 오랫동안 집안의 대들보로 살아온 어머니와 가업을 잇겠다며 귀향한 딸의 동거는 그렇게 시작된다.
어쩌면 살가운 정이 가득하고 대견스러울 것만 같은 두 모녀의 한집살이가 귀향 초반에는 마냥 알콩달콩하지만은 않다.
어린 시절 집안 맏이이자 아들인 오빠와 다른 저자에 대한 차별이 귀향 생활의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여전히 아들과 딸에 대한 차별이 분명한 엄마와 하루하루가 지속하는 숨 가쁜 나날로 묘사된다.
그렇게 상처는 덧나고 곪아가는 것일까.
이대로는 도저히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저자는 남은 미래를 걸고 가출을 감행한 저자. 귀향 5년 차에 제주도 한적한 마을에 거처를 마련하고 어린 시절부터의 일들을 복기하며 글을 쓰기 시작한다.
에세이는 끊임없이 펼쳐지는 자신과의 대화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다.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고 상처를 남에게 보이는 일만큼 남사스러운 일이 있을까.
그런데도 글을 쓰는 것은 '수난사'가 아닌, 다 큰 어른의 '성장사'를 통해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 일을 저자 정순임은 반듯하게 해내고 있다.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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