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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황병우 대구은행장 "10년 뒤 대구은행은 전국에서 알아주는 은행이 돼 있을 것"

2023-05-09 19:31

전국구 금융기관으로 발돋움 자신
종합금융플랫폼 구심점 역할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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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머치 토커'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이 지난 8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구은행의 전국구 금융기관 발돋움을 지켜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투 머치 토커(Too much of a talker)'는 말 많은 사람, 수다쟁이를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의 유래는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인 박찬호 KBO 국제홍보위원과 관련돼 있다. '끝내주는 팬서비스'를 끝내주지 않는 그에게 짓궂은 네티즌들이 붙인 '애칭'이다. 3천여명의 은행 임직원을 총괄 지휘하는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은 박찬호처럼 잠시도 입을 쉬지 않는다. 임원들도 이따금씩 황 행장이 주재하는 회의를 버거워할 정도다. 하지만 웬지 그의 '수다'는 싫지가 않다. 오히려 정감이 있고 열정적으로 보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임직원들도 그걸 잘 안다. 취임 100일을 넘긴 그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질문을 던져 봤다. 예상대로 '다언(多言)'이었다. 거침없는 답변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전국구 은행 발돋움 전략에 시동
"취임 3개월간 은행 밖에서 사람을 만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런데 배가 좀 나와서 큰일이다."(웃음)


지난 8일 오전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에서 만난 황 행장은 빡빡한 일정에 투정을 부리면서도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웃으며 말했다. 그의 일정은 벌써 2개월치가 빽빽하게 짜여 있었다. 오찬·만찬 일정은 일상이다. 도무지 개인적인 시간을 낼 여유가 없다고 했다. 그 와중에도 머릿속에는 확고한 신념이 하나 있다. 대구은행이 지방은행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 전국구 금융기관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것.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취임 직후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그 때문이다.


대구은행은 지난 1월 경기 성남에 세 번째 '기업특화 금융센터'를 개소했다. 지난달에는 인천금융센터를 승격과 동시에 확장 이전했다. 앞으로도 경기 동남부권역과 충청·강원까지도 영역을 확대할 생각이다. 전국적 영업망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하나하나 실천해 가고 있다. 그러면서 iM뱅크 본부를 '은행 안의 인터넷은행'으로 포지션을 격상하는 동시에 조직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월 야심차게 론칭한 모바일뱅킹플랫폼 'iM뱅크'의 거점을 서울로 옮겼다. 이를 총괄하는 진영수 iM뱅크 본부장을 iM뱅크 대표로 격을 높였다. 영업망을 확대하며 물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동시에 디지털 기술이라는 강력한 추진체를 활용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전국구 금융기관으로의 도약은 생각만큼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수십년간 영업 카르텔을 형성해 온 시중은행과의 자본금 격차를 좁히기고 여간 쉽지 않아서다. 시중은행의 텃밭인 수도권에서 대구은행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황 행장의 돌파 의지는 더 활활 타오른다. 그는 "자본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1.5금융'을 제안했다. 1금융권과 2금융권 사이의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차별화 전략"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고객, 상품, 금리, 부수거래 등 세부조건이 모두 달라지고 고객의 신용을 평가하는 방법과 대출 이후 관리 방식도 확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다. 성공한다면 대구에 본사를 둔 전국구 은행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황 행장은 "'전국구 은행'을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소홀로 이해하면 안 된다"며 "3개월간 은행 밖에서 만난 분들 중 대구은행에 대해 오해하는 분들이 계시더라. 간혹 직원들이 열심히 뛰지 않는다거나 친절하지 않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구은행이 대구와 보낸 세월만 벌써 56년이다. 이제 고객들은 대구은행을 가족처럼 여긴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다. 조금이라도 불편이 있거나 서먹하다고 느끼면 곧잘 상처받는 것 같다. 기대하는 게 없으면 비판할 게 없지 않나"라고 했다. 섭섭함이나 질책은 애정의 발로라는 것.


◆ '퍼스트 펭귄'의 좌절과 재기
황 행장은 대구은행 내 '퍼스트 펭귄' 중 대표주자다. 퍼스트 펭귄은 무리 중에서 먹이를 구하기 위해 차가운 바다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다른 펭귄의 살길을 열어주는 개척자를 지칭한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무턱대고 대구에서 공부를 시작한 그는 성광고와 경북대(경제학과)를 나왔다. 당시만 해도 취업 조건은 까다롭지 않았고 선배들로부터 공부를 안 해도 상관없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단다. 경제학 전공도서는 머리말만 읽고,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기에 바빴다.
그는 "부모님이 농사지으며 고생해 번 돈으로 허송세월을 보냈다. 경제학도라면서 경제학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게 너무 창피하고 후회스러웠다"고 지난 시간을 반추했다.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 (처음엔) SK텔레콤에 입사하기로 했는데, 과감하게 대학원 진학으로 진로를 바꿨다. 그때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대구은행 입행을 목표로 잡고 지역경제와 산업을 전공했다"고 했다. 공부에 대한 열망은 식지 않았다. 지도교수의 권유로 박사과정에 등록해 수료까지 했다. 대구은행의 계열사인 대은 금융경제연구소에 취업한 건 1995년이다.


하지만 2년 만에 외환위기에 직면했다. 연구소가 대구은행에 통합되면서 해고됐다. 앞이 캄캄했단다.


"그땐 대구은행이 꼴도 보기 싫었다(웃음과 한숨 교차). 땅끝마을 해남에서도 배를 타고 30분 이상 가야 하는 보길도로 무작정 갔다"는 그는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방파제에서 칼바람을 쐬며 펑펑 울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2년 동안 노력하지 않고 너무 안주했던 것 같았다"고 했다. 짧지만 깊었던 방황의 시간은 그렇게 끝났다. 그는 "조직을 원망하던 마음을 거둬들이고 이내 자기계발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새삼 불타올랐다"고 했다.


다행히 '인생의 해뜰 날'이 찾아왔다. 해고된 지 두 달 만에 복직 기회가 생겼다. 대구은행에서 4호봉 감봉 조건으로 연구소 직원들을 채용한 것. 복직한 그는 지방은행 최초로 기업 경영컨설팅을 도입해 지역기업 활성화와 새로운 영업 방법을 연구했다. 그 노력의 결과일까. 이후 그는 DGB금융그룹의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인식됐다. 올해는 2011년 DGB금융그룹 출범 이후 최연소 대구은행장으로 발탁됐다. 현재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통틀어 가장 젊다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영업·재무전문가가 시중은행장 자리를 차지하는 흐름 속에 전략가인 그의 은행장 입성은 신선하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는 미래 생존을 위한 차별화한 전략에만 골몰하기로 했다.


◆미래금융이 갈 길은 바로 이것
황 행장은 '디지털 전환'이 곧 미래금융의 대안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 증권·카드·보험·생활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가 뱅킹 앱 하나로 통합되는 '디지털 유니버셜 뱅크'가 미래 금융산업의 대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초(超)개인화 금융서비스가 주류가 되면서 각 개인이 자기만의 은행을 갖는 형태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황 행장은 "DGB금융그룹은 은행, 증권, 보험, 캐피탈, 자산운용 등 다른 금융그룹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균형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며 "10년 내 대구은행은 지금보다 훨씬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춘 시중은행의 면모를 가진 은행으로 성장할 것이다. 약 400만명의 고객층을 확보한 대구은행은 그룹 내 종합금융플랫폼의 구심체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끝날때 쯤 그는 다시 환하게 웃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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