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물갈이 결과
TK 초선 절반 훌쩍 넘어
다선 많은 PK에 역부족
22대 총선 통해
TK 정치적 위상 되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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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억 서울본부장 |
22대 총선이 이제 10개월 남짓 남았다. 내년 총선은 대통령과 여야는 물론 대구경북에도 중요하다. 그러하지 않은 총선은 한 번도 없었지만 내년 총선은 더욱 그렇다.
대선을 통해 정권교체는 됐지만 실상은 반쪽 정권교체 상태다.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지나고 있지만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를 막는 데 급급하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는 순간 대통령의 레임덕은 불가피하다. 반면 야당은 돈 봉투, 코인 논란 속에서도 지금과 같은 입법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 이대로를 외칠 것이다. 지금까지 대구경북은 선거 때는 주역, 선거 후는 엑스트라 대우를 받아왔다. 이에 대한 분노는 잠시였고, 숙명처럼 되풀이된 지 오래다. 총선 때만 되면 수도권 표를 위해 개혁과 물갈이 대상이 됐다. 전략 공천이 넘쳐났고, 지역 인재는 설 자리를 잃었다. 그 결과 대구경북에는 늘 초선 국회의원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는 지역의 정치적 위상 저하로 이어졌다. 국회에서는 선수가 벼슬이란 말이 있다. 초선·재선·다선 의원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얘기다. 20대 총선 재선을 준비하던 A 의원은 "초선이 지역을 위해 가져올 수 있는 예산이 100억원이라면, 재선은 500억원은 가져올 수 있다"며 자신이 재선이 돼야 하는 명분을 그럴듯하게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A 의원은 20대 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했다. 물론 국회의원 개인의 역량에 따라 초선도 다선의 역할을 할 수 있고, 다선도 초선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의 선수별 현황을 보면 대구의 경우 전체 12명 중 초선이 7명, 재선 2명, 3선 이상 다선 3명이다. 경북은 전체 13명 중 초선 7명, 재선 6명이고 다선은 1명도 없다. 대구경북 모두 초선 비율이 절반을 훨씬 웃돈다. 반면 부산의 경우 전체 18명 중 초선이 9명, 재선 3명, 다선 6명이다. 경남은 전체 16명 중 초선 4명, 재선 7명, 다선 5명이다. 부산은 초선이 절반, 경남은 초선이 40%에 그친다. 양 지역 모두 재선과 다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구경북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만큼 대구경북보다 정치적 위상이 높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정치적 목소리 크기 역시 차이가 난다. 같은 영남권임에도 TK(대구경북)과 PK(부산경남)를 대하는 중앙 정치권의 태도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내년 총선 때도 어김없이 여야 모두 수도권 표 얻기를 명분으로 혁신 공천을 부르짖을 것이다. 그대로 두면 여당은 관례처럼 TK를 혁신 공천 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유권자들의 인물 교체 욕망도 TK의 희생을 강요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인위적 물갈이를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이는 TK의 정치적 위상과 직결된다. 초선과 재선, 다선이 균형 있게 자리해야 지역의 정치적 역량이 극대화될 수 있다. 지역의 한 다선 의원은 "초선과 재선, 다선 의원의 비율은 3대 4대 3이나, 4대 3대 3 정도면 황금 비율이 될 것 같다"며 "이 같은 선수별 비율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인위적인 TK 공천 학살을 막는 것은 물론 지역의 정치적 위상을 높인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 공천권은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행사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이런 연유로 무더기 검사 공천설도 끊이지 않는다. TK가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더 이상 TK가 인위적 물갈이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공정한 공천이 담보돼야 한다. 내년 총선은 TK가 여권의 핵심 기반에 걸맞은 정치적 위상을 되찾는 계기가 돼야 한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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