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낮 달서구 뷔페 40~50분 대기해야 입장 가능
무한리필·뷔페·샐러드바 등 외식브랜드 검색량 지난해보다 102% 상승
스크린 경마장 관심 집중…지난해보다 약 3% 입장 인원 증가
베팅성공한 이씨 5천원에서 2만4천원 획득
지난달 26일 오후 1시쯤 대구 중구 덕산동에 위치한 한 뷔페에서 가성비 좋은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
서민들이 살기 팍팍해지면 북적이는 곳이다. 무섭게 오르는 물가 탓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무한리필' '뷔페' '샐러드바' 등의 식당, 그리고 베팅으로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란 희박한 희망을 꿈꾸게 하는 '스크린 경마장' 등이다. 이런 곳에 최근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점심 대구 달서구 두류동 A뷔페. 온라인 예약을 하려고 하자 '11팀'이 대기해 40~50분을 대기해야 한다는 안내 멘트가 나왔다. 같은 날 중구 덕산동 B 뷔페도 사정은 마찬가지. 오후 1시쯤으로, 늦은 점심시간이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외식을 하기 위해 뷔페를 찾고 있는 이들도 북적였다. 직원 A씨는 "최근에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외식 비용이 오르면서 다양한 음식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서 뷔페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거 같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낮 12시 36분쯤 대구 달서구 두류동에 위치한 샐러드바에 예약하려고 하자 40~50분이 걸린다는 안내가 나왔다. 인터넷 캡쳐 |
3일 한국소비자원의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삼겹살, 삼계탕 냉면 등 외식 품목 중 대구지역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1.7~13.6%까지 올랐다.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삼겹살'로 올해 평균가는 1만6천744원으로, 지난해(1만4천737원)보다 2천 원이나 올랐다.
이처럼 치솟는 물가에 시민들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기 위해 '뷔페' 등을 제공하는 식당을 찾는 상황이다. 검색 데이터 조사·분석업체 아하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1~4월 무한리필·뷔페·샐러드바 등과 같은 외식 브랜드 검색량은 지난해보다 10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탓에 무한리필, 뷔페 등 식당의 매출 및 식당수는 늘어나고 있다.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애슐리의 전국 매장당 월평균 매출액은 지난 2019년 2억 1천만원에서 올 1분기 3억 3천만원으로 약 57.14% 증가했다. 전국 점포 수 역시 지난 2018년 103개에서 지난 2021년 59개까지 줄어들었지만, 올해 매장을 80호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직장인 권상혁(33)씨는 "외식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 2명이 식당에 방문해 각자 메뉴와 사이드만 시켜도 3~4만 원이 훌쩍 넘는다"면서 "샐러드바의 경우 1~2만 원대에 다양한 메뉴로 마음껏 먹을 수 있다. 가성비가 높은 만큼 최근 외식할 때마다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3시쯤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 위치한 한국마사회 대구지사 마권장외발매소에는 베팅을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상황이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
'스크린 경마장'에도 사람들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후 2시 50분쯤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 있는 한국마사회 대구지사 마권장외발매소.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1층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상황이었다. TV모니터와 가까운 좌석의 경우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TV모니터와 가까운 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본인의 좌석에 앉지 않고 벽에 기대서 보기도 했다. 다른 구역 역시 TV모니터와 가까운 앞줄의 경우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찬 상황이었다. 이들은 마권 구매표와 컴퓨터 사인펜이 들고 베팅할 말을 신중히 고르고 있었다. 마권 구매가 가능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방송에 허겁지겁 베팅하러 가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자신들이 베팅한 말을 응원하기 위한 고함과 함성이 나왔다.
이씨는 연승식에 5천 원을 베팅 후 2만 4천 원을 획득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
한국마사회 대구지사 마권장외발매소 입장인원 분석 결과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하루 평균 입장 인원은 1천545.28명었으나, 올해부터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평균 인원은 1천 596.5명으로 약 3% 증가했다. 이곳에서 만난 B씨는 "3년 정도 스크린 경마장을 방문하고 있다. 큰 돈을 따겠다는 것보단 적은 금액을 벌겠다는 마음이다"며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소액이라도 따야겠다는 생각이 크다. 최근 경마장을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이유도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취재진과 함께 한국마사회 대구지사 마권장외발매소를 찾은 이모(여·30)씨는 이날 이뤄졌던 경기 중 제주경기에 '연승식(1~3등 안에 들어오는 말 1두를 적중하는 방식) 5천원'을 베팅했다. 경기 결과 베팅한 말이 3위에 들어오면서 적중시켰다. 그 결과 2만 4천 원을 획득했다. 그는 "한 번의 선택으로 4.8배의 돈을 순간적으로 벌 수 있었다. 불경기 때 왜 사람들이 스크린 경마장으로 많이 찾아오는지 알겠다"면서 "계속해서 물가가 오르는 등 경기가 좋지 않다면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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