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시·군 5일간 2~15㎜ 내려
올봄 냉해 이어 2차 피해 속출
북부지역 사과밭 곳곳 쑥대밭
경북 영주 사과 농가 신상호씨가 최근 인력 50여 명을 투입해 종이 씌우기까지 마친 신품종 '아리수' 과실에 상처가 난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손병현 기자 |
경북 영주 사과농가 신상호씨가 우박으로 인해 상처난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손병현 기자 |
경북 영주 사과농가 신상호씨 우박으로 인해 상처난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손병현 기자 |
"2만1천여㎡(6천500평) 사과밭에 성한 열매를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지난 4월 냉해 피해로 가장 좋은 열매를 잃고 이번엔 그나마 남은 열매까지 피해를 보니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경북 영주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신상호(59·봉현면 두산2리)씨는 며칠 전 쏟아진 우박으로 상처가 난 사과를 보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아오리, 홍로, 엠부, 시나노골드, 아리수 등 다양한 사과 품종을 재배하는 신씨는 "최근 50여 명이나 되는 일손을 동원해 적과와 종이 씌우기를 마쳤는데 이번 우박으로 상처가 난 사과가 썩지 않게 하기 위해 또다시 방제작업을 해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이번 우박은 이상기온 현상과도 관계가 있다. 과거엔 충북 단양의 도솔봉과 근처 소백산과 가까운 순흥·단산·부석면 쪽으로 우박이 내린 적은 있지만 이곳에 우박이 내린 것은 처음 본다"며 한숨을 쉬었다.
영주시 풍기읍 전구리에서 1만3천200여㎡(4천 평) 규모의 사과 농사를 짓는 김순화(82·여)씨는 "55년간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데 우박이 이처럼 많이 온 것은 처음이다. 올해 초 냉해 피해에다가 우박 피해까지 겹치다니, 하늘도 참 무심하다"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보험사에선 나중에 총 수확량과 과일의 상태를 보고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하는데,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안 그래도 농사를 지을수록 늘어나는 빚 때문에 힘든데 병충해 방제약제에다 일손까지, 생산비가 서너 배 더 들어가게 생겼다"고 허탈해했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호우와 함께 경북지역 곳곳에 우박이 쏟아지면서 과수와 노지 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3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경북지역 13개 시·군에 2~15㎜ 내외의 우박이 쏟아졌다. 이로 인해 2천840농가에서 1천712.4㏊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짧은 시간 강하게 몰아친 우박의 영향으로 경북 북부지역 사과 농가의 피해가 특히 컸다. 지난 8일 국내 최대 사과 주산지인 영주시 풍기읍 전구리·백신리·창락리와 봉현면 대촌2리·두산리·오현리·한천리 일대에 지름 0.5∼15㎜ 크기 우박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지역별로 짧게는 15분부터 길게는 30분까지 이어진 국지적 우박 세례로 이 일대 830개 사과 농가의 열매에 흠집이 나는 등 780㏊ 규모의 사과밭이 초토화됐다.
예천군의 사과 농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해 사과밭 118㏊가 쑥대밭이 됐다. 이 밖에도 안동(204㏊), 상주(141㏊), 문경(138㏊), 의성(130㏊), 김천(82.5㏊), 청송(17㏊), 구미(8.7㏊)의 사과, 포도, 복숭아 농가에도 지난 11일까지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영양과 청송, 예천에선 고추와 배추 등 노지 작물의 잎이 파열됐다.
농작물 우박 피해가 속출하자 경북도와 각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현행 농산물 재해지원 기준에 따르면 우박으로 인한 피해 면적이 30㏊ 이상이면 국비 지원 대상이다. 경북도는 우박 피해 농가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정확한 피해 면적을 확인하는 한편, 피해 규모가 큰 농가에는 농약대 등 생계비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영주시와 안동시, 의성군은 농가 피해 최소화와 신속한 복구를 위해 팔을 겉어 붙이고 있다.
마창훈·피재윤·손병현·오주석기자
마창훈
피재윤
손병현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