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연극계 선후배 세대 잘 어우러져 무한발전 가능성 보인 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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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극단 에테르의 꿈 대표가 계명대 대명캠퍼스 내 극단 사무실에서 극단이 선보인 작품 포스터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
최근 몇 년 사이 대구 연극계는 청년 극단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하지만 대구 연극인들의 축제이자 대한민국연극제에 참여할 대구 대표를 뽑는 대구연극제에 참가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대구연극협회 정회원 극단이 되려면 일정 기준을 맞춰야 하다 보니 청년 극단으로선 참여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다만 최근 창단 10년이 된 극단들이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대구연극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중 하나인 극단 에테르의 꿈은 연극 '무좀'으로 올해 제40회 대구연극제에서 대상을 받고,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은상을 받는 쾌거를 거뒀다.
2012년 극단 처용 때 쓴 희곡 '무좀'
가족의 무좀에 근현대사 엮어 연출
올 대구연극제 大賞 이어 전국 은상
이광희·박세기 세대조화 무대 호평
'무좀'은 기존에 잘 알려진 작품이 아닌 박지수 극단 에테르의 꿈 대표가 극작하고 연출한 작품이어서 이번 수상은 더욱더 뜻깊다. 작품에는 천정락·이광희·최영주 등 노련한 배우들부터 박세기·김채이 등 젊은 배우들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대구 배우들이 참여했다. 지난달 24일 대구 계명대 대명캠퍼스 내 극단 에테르의 꿈 사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나 공연 준비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대구의 경우,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역사가 깊은 기성 극단이 아닌 극단이 입상한 건 처음이다. 대한민국연극제 은상을 받은 소감은.
"우리 극단뿐만 아니라 작품에 함께해 주신 선배 배우님들, 동료·후배 배우님들에게 감사한 부분이 가장 크다. 이외에 무대, 조명, 분장, 음악으로 작품에 참여해주신 스태프들께도 감사하다. 더 열심히 연극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시간이었다. 수상보다는 앞으로 더 즐거운 마음으로 연극제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깊이 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연극 '무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당시 우리 가족이 앓고 있는 무좀에 우리나라 근현대사 이야기를 묶어서 만든 작품이다. 2012년 극단 처용에서 활동할 당시, 성석배 극단 처용 대표(현 대구시립극단 예술감독)님이 대구연극제에 참여할 작품으로 써보라고 해서 쓴 희곡이다. 당시에는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엎어졌다. 그 이후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 '프리미어 스테이지'에 선정되면서 좀 더 작품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2018년에는 대구문화재단의 지원사업에 선정돼 무대에 올렸다."
▶초연 때는 젊은 배우 위주였는데, 이번 공연에는 참여한 배우들의 연령대가 다양했다.
"선배들이 우리 극단과 '연극저항집단 백치들'에게 지역 연극계의 세대 간 양극화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라는 얘기를 해왔다. 세대 간 양극화는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연극계의 흐름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그래도 같은 '판'을 공유하는 느낌인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최근에 새로운 극단이 많이 생기면서 지역 연극계에서 가장 처음 생긴 젊은 극단이었던 백치들과 우리 극단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전에 에테르의 꿈이 대구연극제에 참가했을 때 심사평에서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련한 배우들과 함께했고, 이들로부터 배우려는 것도 있었다."
희곡집 발간·배우 등 '멀티플레이어'
영화 제작도 관심…연극에 기법 활용
11월 창단기념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
내년 자체 예산 오픈런 공연 선뵐 것
▶대한민국연극제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공연 일주일 전 저를 포함한 스태프들이 모두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작품을 보완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배우들끼리 작품을 준비해야 했다. 제주도에 가야 하다 보니 무대 세트를 트럭 두 대에 실어서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저랑 무대를 맡았던 박용태 선생님이 각각 운전해서 갔는데, 배에 타기 전까지 절차가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무대 세트를 트럭에 실을 때는 비까지 왔다. 총 27명이 움직였는데, 제주도는 밥값도 비싸고 해서 예산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기도 했다."
▶연출가·극작가·배우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특히 애착이 가는 분야는.
"다 애착이 가는 일이다. 저 말고도 다른 극단 대표들도 힘들어하겠지만, 행정 업무만 없다면 정말 행복한 일이다. 행정 업무를 누군가 대신해줄 수 있다면 극작에도 집중해보고 싶다. 최근엔 영화 제작에 관심이 많다. 실제 연극 연출을 할 때도 영화를 레퍼런스로 많이 사용한다. 최근 연극 연출을 할 때 몽타주적으로 보여주는 기법을 많이 실험하고 있다. 서울 대학로 등에서도 이런 연출법이 뜨고 있다. 앞으로 대구에서도 세련된 기법으로 연출한 연극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
▶지역에서 희곡집을 내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최근 희곡집을 발간했다. 희곡집을 내게 된 이유는.
"내가 쓴 희곡들이 다양한 연출가와 배우를 만나서 공연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또 문학적으로도 짚어보고 싶었다. 원래 희곡 7편을 실으려고 했는데, 비용 문제로 우선 5편만 수록했다. 아마 향후 발간할 희곡집에는 이번에 못 실린 제가 쓴 초창기 작품들이 소개될 것 같다. 초창기 작품은 지금 보니 진부하고 현실적이지 않은 작품이 많아서 수정 보완하게 될 것 같다."
▶작품 홍보와 관객 발굴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대명공연거리 분위기는 어떻게 보고 있나.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 같다. 연극에 관심이 있는 관객들도 해외여행을 많이 간다는 걸 느낀다. 에테르의 꿈이 하고 있는 일반인 연극 워크숍도 참가자가 예전보다 적다. 오히려 코로나 때 관객이 더 많이 온 것 같다. 서울 대학로도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관객들이 극장에 오도록 하려면 스토리의 신선함이 중요할 것 같다."
▶최근 대구 연극계에 청년 극단들의 활동이 활발한 건 긍정적인 현상이다. 에테르의 꿈도 한때 이들과 같은 신생 극단 중 하나였다.
"개인적으로는 같이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신생 극단들과 밥도 같이 먹고, 어떻게 극단을 운영해야 할지도 이야기하고 저도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방법도 공유한다. 극작이 어렵다고 해서 제가 배웠던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대구 연극계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잘 어우러지게끔 하면 더욱 발전할 것 같다. 작업을 해보면 우선 젊은 배우들이 배워야 할 게 많겠지만, 선배 연극인들도 즐거워하고 젊은 배우들로부터 배우려고 많이 노력하시는 게 느껴진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극단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오는 11월에는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12월에는 연극 '에테르'를 공연할 예정이다. 9월에는 대구문학관과 함께 이머시브 연극으로 '장난감 도시'를 선보인다. 내년부터는 지원사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예산으로 공연을 해나가려고 한다. 지원사업을 받게 되면 자꾸 거기에 맞춰서 작품을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오픈런 공연(종영일을 정하지 않은 공연)을 통해 일반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가벼운 작품도 선보이려고 한다. 단편 영화 한 편도 자체 제작할 것 같고, 기존에 하는 연극형 웹드라마도 지속해서 만들 예정이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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