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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지대] 에너지의 날, 불을 끄고 별을 켜는 용기

2023-08-07

[단상지대] 에너지의 날, 불을 끄고 별을 켜는 용기
최윤정 (대구YWCA 사무총장)

얼마 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가 따뜻하게 데워지는 단계를 넘어 끓고 있다. 지구 온난화 시대는 끝났다. 이제 지구 열대화 시대가 왔다"고 우려하였다. 미국의 기상학자 제프 바라델리는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지구 평균 기온이 3℃ 오르기까지 1만년이 걸렸는데 지난 200년 만에 지구 평균 기온이 3℃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여러 지역에서 열대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데 예전에는 드물었던 열대 기후가 이제는 더 넓은 지역에서 경험되고 있다. 지구온도 1.5℃ 상승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향후 10년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지구 열대화를 체험하고 있는 올여름에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물론 이 기간은 인류의 에너지 소비행태에 의해 늦춰질 수도, 당겨질 수도 있지만 산업화 이후 시작된 지구온도 상승은 가속도가 붙는 추세이다. 각국의 노력에 의해 조금씩 브레이크를 걸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 효과가 미미하다. 전 지구적 대재앙을 앞두고 생각이 깊어지는 만큼 실천도 높여야 하는 시기이다.

산업부의 발표를 보면 이번 주간은 특히나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는 산업체가 대부분인 만큼 전력 수요가 최고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료에 의하면 최근 3년간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는 2020년 89.1GW에서 2021년 91.1GW, 2022년 93GW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3년 8월, 미국 동부에 전력을 수송하던 송전로가 정지되면서 100개의 발전소가 가동 중단되고 승강기 사고, 교통마비 등의 피해가 일어나는 대정전 사태로 인해 세계적으로 가장 화려한 도시인 뉴욕이 블랙아웃이라는 암흑에 휩싸였다. 우리나라도 몇 해 전 9월, 뒤늦은 무더위로 전력 사용량이 갑자기 증가하면서 지역별 순환정전을 시행했다. 냉방기가 작동하지 않아 찜통더위에 시달린 것은 물론 700여 개의 신호등이 일제히 꺼져 교통대란까지 겪었다. 일시적인 정전 사고로 인해 벌어진 혼돈으로 미루어보면 실제로 블랙아웃 사태가 일어났을 때 얼마나 큰 피해가 있을지 예상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블랙아웃사태를 막기 위해서 정부도 민간도 다양한 대책과 실천 활동을 벌이게 된다.

전국의 217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에너지시민연대에서는 2023년 8월22일, 그해 최대 전력소비(4만7천385㎿)를 기록한 날을 계기로 기후변화와 에너지 절약에 대한 범국민적 인식 확산을 위해 8월22일을 에너지의 날로 지정하였다. 그리고 매년 '에너지의 날-불을 끄고 별을 켜다'라는 이름으로 에너지 축제를 열어 시민 참여형 에너지 절약 캠페인과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및 보급이 시급함을 알리고 있다. 올해는 7월, 전국의 20대 청년 220여 명이 참여하는 청년서포터스 발대식을 통해 온·오프라인으로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법을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2023년에 20회를 맞는 에너지의 날 행사는 8월22일, 전국 17개 시·도에서 동시 개최되는데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에어컨 설정 온도를 2℃ 올리고 저녁 9시부터 5분간 소등을 실천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에너지시민연대 홈페이지에서 별빛지기로 신청하면 된다. 하루 1시간, 5분 참여로 효과가 있을지 최근 3년간의 결과를 살펴보면 2020년에는 전국 40만3천35명이 에너지의 날에 참여, 총 45만㎾h, 2021년에는 26만4천523명 참여, 총 46만㎾h, 2022년 33만9천831명이 참가, 총 47만㎾h의 전력 감소 효과가 있었다. 실로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소소하지만 매우 중요한 이 캠페인의 참여가 기후재난이라는 거대한 바위를 깨는 기적과 같은 결과로 나아가는 과정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기후 우울' '기후 슬픔' 같은 신조어가 생길 만큼 기후위기가 심리적인 고통까지 유발하고 있는 요즘, 불을 끄고 별을 켜는 용기를 내야 할 때다.

최윤정 (대구YW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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