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입국 외국인 60% 대만인…‘출발지’ 존재감↑
저렴 항공권, 도심 접근성…맛집·카페 투어 인기

대만여행사에서 판매하는 '대구·부산·경주 가성비 4일 여행' 패키지 여행 상품. <인터넷 캡처>

한류 열풍과 저렴한 항공권의 영향으로 대구를 찾는 대만 관광객들이 증가하며 찜질방 체험을 하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2월 대만관광객들이 찜질방 체험을 위해 방문한 대구 중구 그린빌사우나찜질방에서 한문으로 적힌 대구 관광 팜플렛을 읽어보고 있다. 영남일보DB
대구가 대만 관광객들에게 동남권 관광의 새로운 관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영남일보가 경주시 일원에서 실시한 외국인 대상 설문조사에서 일부 대만 관광객들은 "대구로 입국해 경주를 거쳐 부산까지 둘러보는 패키지 여행을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흐름은 대만 여행사들이 앞다퉈 선보인 대구-영남권 연계 상품과 자유여행객의 입소문이 맞물리며 확산되고 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구국제공항으로 입국하는 대만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직후인 2022년 309명에서 2023년 6만5천37명, 지난해 7만3천467명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올해는 6월까지 누적 3만3천289명이다.
지난해 대구공항 입국 외국인은 총 12만1천583명(법무부 통계)이었는데, 이 가운데 대만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하는 셈이다. 대구시의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에서도 대만인 비중(추정치)은 크다. 2023년엔 40.5%(14만6천51명), 2024년엔 34.2%(13만6천327명)이었다.
대만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카드(Dcard)'에는 대구 여행 후기들이 잇따른다. 대만 네티즌들은 대구를 '힐링 여행'하기에 제격인 곳으로 꼽는다. 또한 한옥과 근대건축, 현대 공간이 잘 어우러지는 장소로 소개한다.
이들은 "한국만 네 번째 방문인데 이번엔 '자유롭고 느긋한 루트'를 테마로 대구만 다녀왔다", "혼자 여행하기에 대구는 정말 괜찮은 도시다. 관광지 간 거리도 가깝고 사람이 많지 않아서 여유로웠고, 카페·맛집·풍경 모두 만족스러웠다", "먹고 걷고 아무 데나 돌아다니기 딱 좋은 도시, 대구", "대구는 서울보다 한적하고 물가도 저렴해서 일정 짜기 편했다", "대구는 서울보다 소도시 감성이 있고 대만의 타이난 느낌과 닮았다", "현대와 고택이 잘 어우러져 있다" 등 반응을 보였다.

대만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대구 여행 후기. 대구의 먹거리와 가볼 만한 장소 등을 소개하고 있다. 글쓴이는 "많은 사람들이 대구는 혼자 여행하기 정말 좋은 도시라고 하더라. 게다가 대구행 비행기 티켓도 정말 자주 저렴하게 뜨길래, 이번에 다녀오기로 결심했다"고 말하고 있다. <인터넷 캡처>
대만 주요 여행사들이 출시하는 대구 관련 여행 상품은 주로 영남권 도시와 연계된다. 특히 대구와 부산을 잇는 일정은 '구부(邱釜)/부구(釜邱)투어'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대구에서 첫날 관광을 한 뒤 부산으로 이동해 여행을 이어가고, 마지막 날 다시 대구로 돌아와 일정을 마무리한 후 귀국하는 코스다.
대구에서 주로 찾는 장소는 찜질방 체험, 근대골목, 동성로, 서문시장, 달성군 마비정 벽화마을, 옥연지 송해공원, 이월드, 팔공산 등이 대표적이다. 여정에 경주까지 포함하면 '구부경(邱釜慶) 투어'로 불린다. 청도나 안동, 포항 등 경북 내 다른 도시가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자유여행객은 대만에서 입소문 난 대구의 유명 카페, 맛집 등을 중심으로 동선을 짜고, '대구 2일+경주 2일' 자유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이처럼 대구가 여행 '경유지'가 아닌 '출발점'으로 주목받는 배경엔 저비용항공사(LCC)의 특가 항공권과 대구시의 다양한 유치 마케팅 전략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대구공항에는 타이베이 타오위안 공항에서 출발한 티웨이항공과 진에어 항공편이 매일 도착하며, 같은 노선으로 타이베이행 항공편도 매일 운항되고 있다.
실제 대만 커뮤니티에는 "부산 항공권이 비쌀 땐 대구 입출국도 고려해보라. 대구는 항공권 프로모션이 자주 있어서 시간만 맞는다면 정말 좋다", "특가로 대구행 티켓을 끊었는데, 새벽에 도착해서 하루를 알차게 쓸 수 있었고, 공항과 시내가 가까워서 편리했다" 등 후기가 이어졌다.
대구시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병행 중이다. 10월 31일까지는 대만 등 중화권 관광객을 대상으로 '대구여행상점'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