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30806010000663

영남일보TV

[문화산책] 소설 같은 이야기

2023-08-07

[문화산책] 소설 같은 이야기
배은정<소설가>

며칠 사이 '소설'이라는 단어를 뉴스에서 자주 들었다. 야당 대표의 사퇴설을 둘러싸고 나오는 말이다. 절대로 있을 수도 없는 거짓을 두고 우리는 종종 소설이라 치부한다. 수식어로 '터무니없는'이 붙고, 카더라 통신이나 지라시와 맞먹는다. 주로 사실의 강한 부정이나 책임을 미루는 발뺌, 얼토당토않다는 비아냥으로 이용된다. 정치면과 문화면에서 이토록 다르게 쓰이는 단어도 드물 것이다.

호사가는 소설을 입으로 쓰는지 몰라도 내가 아는 소설가들은 땅에 발붙인 글을 쓰려고 늘 촉수를 예민하게 곤두세운다. 독자에게 신뢰받는 생생한 현장감을 낚기 위해 어디를 가나 탐지기를 켜고 답사와 인터뷰를 하고 자료를 탐독한다. 소설이라는 소설을 쓴 어느 미국인 작가는 뭔가 떠오르면 200여 권을 읽는단다. 나의 소설 선생님은 '진짜'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 아는 것을 쓰라. 모든 글쓰기의 기본이다. 현실에 '착붙' 한 글을 쓰려면 경험만 한 것이 없다.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도 한 편의 소설 같은 그의 삶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가족사로 책을 낸 소설가의 강연을 들으러 간 적이 있다. 소설가의 체험이 녹아든 강연이 끝나고 청중의 질문 시간. 글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한 질문자가 문학적 자산이 된 지독한 개인사가 부럽다고 했다. 다소 당황한 청중과 달리 소설가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부러워할 일이 따로 있지, 싶다가도 얼마나 잘 쓰고 싶으면 그럴까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경험은 있다. 그것을 얼마나 깊이 들여다보고 퍼 올리느냐가 관건이다. 통찰(insight)은 안에서 보는 것(inner sight)을 의미한다.

나 또한 소설을 쓰면서 삶을 배운다. 나의 소설 선생님은 내 글을 두고 한 걸음만 더 가보라고 했는데, 그건 작품만이 아니라 삶에서도 통하는 조언이다. 마주하기 싫은 일일수록 다가가서 고민의 끝자락을 좀 더 늘려보라는 것. 그래야 쓰는 이가 성장하고 글은 진보한다는 말로 이해했다. 회피하고 싶은 일들을 애써 쳐다본다. 정확히는 그 일을 겪는 나 자신을 응시한다. 그것이 극복의 대상이든 승화시켜야 할 대상이든 싸워야 할 대상이든.배은정<소설가>

기자 이미지

배은정 소설가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