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이상 14세 미만 아동
위치정보의 자기결정권
동의못받아 생기는 위험과
부모의 아동 보호의무는
어떻게 이행할지 고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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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
2021년 애플이 출시한 동전 크기 정도의 소형 위치추적 장치인 에어태그(AirTag)는 처음에는 사람이나 애완동물이 아닌 가방 등 물건에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을 사용하기에는 너무 어린 이들의 위치를 추적하는 데 사용될 뿐 아니라, 치매 또는 알츠하이머 환자, 반려동물의 위치를 추적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스마트폰의 GPS기능을 이용해 자녀의 위치를 파악하여 부모에게 제공하는 자녀안심 앱이 등장했다. 나아가 아동을 대상으로 한 민간 유해정보 차단 애플리케이션의 부가 기능 가운데 문자와 메신저, 실시간 위치정보까지 부모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런 아동의 위치추적 서비스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존재한다. 찬성 측은 최근 아동 유괴 등 관련 범죄가 늘고 있는데, 아동의 위치추적은 이를 막는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본다. CCTV가 있으나 이는 범죄 발생 이후 조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안전한 상태라는 신뢰가 있는 상황에서 아동이 자유롭게 여러 장소를 방문할 수 있어 행동의 자유가 확대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또한 유해정보 차단 등은 부모의 정당한 교육권 행사라는 의견도 있다.
반대하는 측의 입장 중 국가인권위원회는 앱의 부가기능 중 부모에 의한 위치추적과 메신저 내용 확인 등은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뉴스, 스포츠, 여행 관련 정보 접근까지 차단하는 기능에 대해서는 아동의 학습권과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부모의 지나친 통제가 아동의 결정권과 선택권을 침해하고 정서 발달이 중요한 유소년기에 부모와의 유대감을 훼손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2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코리아〈유〉 등 5개 자녀안심 앱 서비스 사업자가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 위치정보를 법정대리인에게 제공하면서 아동의 동의를 얻지 않거나 제공일시 등을 아동에게 통보하지 않은 행위에 대하여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하였다. 세계 유일의 위치정보법은 특정인을 감시하거나 범죄행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위치정보를 수집, 이용,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또한 만 14세 미만 아동의 위치정보에 대해서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 해당 규정이 법정대리인의 동의 외에 정보주체인 아동의 동의까지 받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8세 이하의 아동에 대해서는 법정대리인 등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규정들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을 8세 이상 14세 미만 아동의 위치정보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아동의 동의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동의 위치정보가 자녀의 생명 또는 신체의 보호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아동의 위치정보 자기결정권 또한 보호받아야 하는 가치임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생명, 신체의 안전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란 법익을 비교할 때 일률적으로 후자가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을지, 부모와 아동이 서로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것으로 단정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아동의 사전 동의를 얻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아동의 안전에 대한 위험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부모의 아동에 대한 보호의무는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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