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다:행복한 대구교육 이야기' 공모전 수기 '동상'
우리 학교는 동행 학습터-서보경 한샘초등 학부모
![]() |
서보경씨가 학교 공개수업에서 동화를 들려주고 있다. <서보경씨 제공> |
얼마 전, 4년 만에 첫째가 다니는 학교에서 학부모 교육이 대면으로 이루어졌다. 코로나로 인해 높아졌던 학교 문턱은 작년부터 조금씩 낮아지고 있었고, 오랜만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에 갔다. 시청각실 앞에서 교장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나와 같은 학부모들과 가까이 앉아서 강사님을 마주 보며 강의를 듣는 내내 알 수 없는 벅참이 느껴졌다. 그동안 비대면으로 이루어진 학부모 교육을 간간이 듣긴 했지만, 한자리에서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순간순간 느껴지는 생각과 감정은 역시나 새롭고 따뜻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첫째가 1학년이었을 때는 빈번히 학교를 드나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가 저학년일 때는 하교하는 아이를 마중하러 종종 교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햇볕이 좋아서 하교하는 아이와 잠깐의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 하나를 같이 쓰며 발을 맞춰 걷고, 가끔은 아이를 위한 깜짝 이벤트로 학교 앞을 서성였다. 학교 가는 길에 장미꽃이 환하게 반겨주기도 하고, 어느 때에는 고약한 은행을 피해 요리조리 걷기도 하며 난 우리 학교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학부모 교육 받기위해 아이 다니는 학교 방문 시작
"너를 더 잘키우기 위해 엄마도 공부한단다" 자부심
동화읽기 봉사 등 학교 방문 지속…감사장도 받아
학생들과 상호작용·교육성장 돕는 일 함께하고파
처음 학부모 교육을 들으러 학교 시청각실을 찾았을 때를 떠올려본다. 꽤 많은 학부모가 자리를 메우고 있었는데 전문성을 갖춘 강사님의 교육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로 위층에 우리 아이가 수업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부풀어 올라 자세를 더 바르게 고쳐 앉기도 했다. 우리 아이가 입학하기 전 학년도에는 학부모 교육을 모두 이수했을 때 수료증을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에는 끝이 없기에 수료증 수여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결정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아이에게 '엄마도 너를 더 잘 키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말로만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6회기 교육을 받는 동안 아이도 오늘은 엄마가 우리 학교에서 교육을 듣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더 안정감을 가지는 것 같았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고학년 학부모가 되었지만 난 여전히 부족함이 많아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은 학부모다. 그렇지만 아이가 건강하고 바르게 잘 성장하는데 학교와 학부모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아는 학부모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오라는 부름을 받지 않은 날에도 난 가끔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그건 바로 교내 책마루 도서관이었다. 수업 중이라 조용한 도서관에서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을 골라 한쪽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우리 아이는 도서관에 오면 어떤 책을 즐겨 읽을까?' 궁금증을 가지며 흐뭇한 생각에 빠져들기도 했다. 쉬는 시간이 되면 도서관으로 꽤 많은 아이가 들어오는데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책을 읽는 아이들이 참 기특해 보였다. 가끔은 아이에게 미리 엄마의 도서관 방문을 알려서 쉬는 시간 도서관 유리문으로 반가운 눈맞춤을 하기도 했다. 난 그렇게 우리 학교와 또 한걸음 가까워졌다.
무엇보다 내가 학교 가는 길이 가장 설레고 즐거웠던 날은, 바로 교육 기부 자원봉사자로 우리 아이와 같은 1학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러 가는 날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동화구연이었기에 내게 '책 읽어주는 어머니'는 너무 의미 있는 봉사활동이었다. 나는 우리 첫째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부터 줄곧 학부모 독서 도우미라는 봉사활동을 해왔기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독서 관련 봉사활동이 있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 봉사자들은 동화구연과 책읽기에 관해 강사님의 강의를 들었다. 분명 좋은 교육임에는 틀림없었지만, 다음 날 당장 각 교실로 들어가 책을 읽어줘야 하는 엄마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더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예를 들면, 어떤 책을 선정해야 하는지, 아이들과 어떻게 인사 나누면 좋을지, 아이들의 주의집중을 위해 준비할 것은 없는지, 동화책을 다 읽은 후 상호작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말이다. 난감해하는 엄마들에게 내가 나서서 방법을 제시해주기는 조심스러워 조금씩 귀띔한 게 전부였다.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있었겠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는 것도 의미 있는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좋은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신청했지만, 대부분은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으로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었고, 그 속에는 '잘하고 싶다'는 열정이 담겨 있었다.
봉사활동을 하기 며칠 전, 나는 학교 도서관과 집 근처 구립 도서관을 돌아보며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할 동화책을 골라 같은 또래인 우리 첫째에게 들려주고 검증을 받았다. 문화센터에서 배운 간단한 마술도 동화책을 읽어주기 전 아이들의 주의집중을 위해 열심히 준비해 갔다. 아이들은 우리 엄마가 들려주는 동화책을 듣듯이 편안하게 들으면서도 눈빛에서는 반짝반짝 빛을 보내주었다. 그 빛나는 눈빛들은 나에게 동화잭을 더 재미있게 들려주는 따뜻한 힘이 되어 주었다.
동화를 들려준 후에는 아이들과 동화의 내용을 회상하며 상호작용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역시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꾸밈없이 잘 표현했다. 내가 들어간 반은 늘 20분이라는 약속 시간을 넘겨 담임 선생님들껜 살짝 죄송했지만, 아이들과의 만남에 아쉬움을 남기기는 싫었다. 같이 봉사활동을 했던 학모들은 그런 나에게 "책 읽어주는 게 아니라 수업을 하고 오신 거냐?"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봉사자 엄마들은 내 자녀가 속해 있는 반에는 들어가지 않는 규칙이 있었는데 봉사활동 마지막 시간에는 우리 아이의 반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학교를 오가며 얼굴을 익힌 아이들은 내게 아는 체를 하기도 했다. 수줍음이 많은 우리 아이는 나와 눈도 제대로 맞추지 않았는데 하교 후 엄마가 동화를 들려줘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학기 말, 아이는 학교에서 감사장을 받아와 내게 건넸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내가 필요한 곳에 잘 쓰였음에 뿌듯했는데 감사장까지 받으니 보람은 배가 되었다.
내년에 우리 둘째가 첫째와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다. 또다시 나는 새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더 성장하기 위해 학부모 교육을 들으러 갈 것이며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하러 우리 학교로 갈 것이다.
학부모들의 역할은 저마다 성장 속도가 다른 우리 아이들을 학교와 더불어 소통하며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잘 성장하도록 돕는 거라 생각한다. 학교와 학부모는 아이들의 교육성장이라는 결승점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길동무가 되면 좋겠다.

서보경 한샘초등 학부모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