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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 미국 Affirmative Action의 위헌결정과 공정성 논란

2023-08-17

"우리도 과거에 있어 왔던

집단 간 우열구조에 대한

선입관을 배경으로 도입된

차별적 제도가 존재한다면

현시점서 다시 검토해봐야"

[더 나은 세상] 미국 Affirmative Action의 위헌결정과 공정성 논란
박성훈 IDB(미주개발은행) Lead Officer

얼마 전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미국 사법 역사상 중요한 판결이 있었다. 케네디 정부 시절부터 최근까지 미국사회의 주요기조였던 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위헌결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Affirmative Action이란 미국 주요대학 입시나 공무원·공공기관의 채용에 있어 흑인·히스패닉·원주민 등 소수인종에 대해 이루어져 왔던 우대조치로서, 이를 통해 미국사회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인종차별을 완화하려 했던 것이 그 주요 취지라고 하겠다.

그러나 사실 좋은 대학과 직장 등은 그 파이가 한정되어 있어서 이러한 특정집단과 계층에 대한 우대조치는 오히려 다른 일반인에게 역차별과 기회박탈적인 역할을 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이것이 과연 공정하고 기회평등한 제도인가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계속 치열한 논란이 있었고, 이번 위헌결정은 미국 내 인식변화를 반영하는 논란의 종결점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번 판결에서 위헌의견을 낸 흑인대법관은 특혜제도를 이용해 자신이 사회지도층에 올랐다는 오해를 받아왔다며, 이제 모든 인종과 집단은 다른 기준이 아닌 자신의 노력과 실력에 따라 검증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우리 사회는 이제 하나의 기준만으로 계층과 집단을 구분할 수가 없을 정도로 복잡, 고도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이제는 백인과 아시아인이라고 다 좋은 환경에서 교육의 기회를 가진 것도 아니고, 흑인과 히스패닉이라고 다 나쁜 환경에서 자란 것도 아닌 세상이 되었다. 이제는 한 인간의 배경에 우열을 가리는 기준이 모호해지고 있는 상황하에서, 사회적 배려 대상을 어느 특정기준으로 가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사회에서의 논쟁의 불길은 미국 입시제도에서 대학동문·교직원 자녀, 고액기부자 자녀에 대한 우대를 의미하는 Legacy Admission의 폐지를 둘러싼 논쟁으로도 옮겨붙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고액기부가 학교재정의 내실화와 저소득층 장학혜택에도 도움을 준다는 제도 옹호론자들의 논리도 있어 왔지만, 최근에는 대학입학에서 실력과 성적 외에 다른 배경들은 배제하자고 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학입시와 공직진출 등에 있어서, 최근 들어 시험 외 다양한 제도들을 도입하여 왔다. 이러한 제도와 기준의 원래 취지는 소수·취약계층의 기회보장과 사회의 다양성 확보를 위함일 것이나, 그것이 당초 취지대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구조의 변화에도 여전히 유지되고 악용되어 오히려 사회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어떤 사회에서 누구를 공적으로 우대하는 제도는 그 기준이 사회구성원의 총의에 따라야 하고, 많은 사회구성원이 공정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순간 그 제도는 수명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미국보다 더 빠르고 압축적인 사회변화를 겪고 있다. 우리도 과거 있어 왔던 집단 간 우열구조에 대한 선입관을 배경으로 도입된 차별적 제도가 존재한다면, 과연 그것이 현시점에서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인지, 오히려 수명을 다한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검토해 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박성훈 IDB(미주개발은행) Lead Officer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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