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나게, 멋나게~
성보콩국수의 콩국수 곱빼기. |
온 국민이 평양냉면 한 그릇이 주는 슴슴함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슬펐던 때가 있다. 서울엔 '의정부 계열' '우래옥 계열' 등 소위 말하는 계보를 나눌 만큼 평양냉면 맛집이 많지만, 대구는 평양냉면을 다루는 식당 자체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여서다.
그렇지만 아쉬움에 젓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는 노릇. 대안을 찾았다. 대구는 평양냉면집은 적은 대신 콩국수를 맛있게 내는 집이 참 많다.
대구 구석구석, 차를 몰고 나가야 하는 근교까지 여러 콩국수 맛집을 다닌 결과 '최애'는 '성보콩국수'로 결론지었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성보콩국수는 원래 막창을 팔았는데, 사이드 메뉴로 내던 콩국수가 원체 인기를 끌어 주 종목을 바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식당 자리는 불판 테이블로 채워져 있다. 영수증에도 여전히 성보막창이 찍혀 나온다.
흔히 콩국수도 냉면처럼 여름이면 떠올리는 음식으로 생각한다. 얼음이 동동 뜬 시원한 콩국수의 이미지가 표준값인 탓이겠다. 그런데 성보콩국수를 처음 방문했던 날 '차갑게' 또는 '미지근하게'를 선택하라는 뜬금없는 질문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첫날은 모험을 택하지 않았다. 이가 시린 콩국수를 먹으면서 만족하던 중 옆 테이블의 미지근한 콩국수가 눈에 들어왔다.
성보콩국수의 매력은 미지근함에 있음을 다음 방문 때 발견했다. 거품이 이는 진득한 콩국물은 얼음이 없을 때 극상의 부드러움과 고소함을 느끼게 한다. 살짝 곁들인 고기 고명이 이따금 씹힐 땐 색다른 감칠맛이 올라온다. 새콤달콤한 깍두기와 아삭한 고추는 혹시 모를 느끼함을 잡는다.
성보콩국수는 미지근한 덕분에 겨울에도 맛이 좋다. 상동시장에서 상동교 방향으로 있는 낡은 가게는 19일까지 운영한다. 21일부터는 상동시장 쪽으로 내려와 확장 이전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글·사진=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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