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증시 불안…국내 투자자 ELS·펀드 손실
불안한 코스피...21~25일 박스권 전망
![]() |
한미 정책금리 격차와 원·달러 환율 추이.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달러화 강세에 따른 미국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긴축 가능성과 국고채 금리 상승 등이 시장을 압박하는 현 상황에서 중국발 경기우려 심리가 숙지지 않으면 주식과 환율시장은 한동안 혼란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탈(脫)중국'이 어느 정도 진행된 만큼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장 우리 금융시장이나 기업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금융·실물 부분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 당국과 금융기관의 대응 등을 지켜봐야 해서 어떤 한 방향으로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
최근 위안화와 동조양상을 보이는 원화환율이 추락하면서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위안화·달러 환율은 장중 연내 최고 수준인 7.34위안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1천28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도 장중 1,340원대로 뛰었다. 다행히 지난 18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7원 하락한 1,338.2원에 장을 마쳤다.
중국 신용위험과 경기둔화 위기에 더해 상대적으로 미국 경기 모멘텀이 두드러지면서 달러화 강세, 원화 및 위안화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지난해부터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경기마저 둔화하면 더 큰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상저하고를 기대하던 한국으로서는 하반기 경제 반등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져 원화약세를 부추기게 된다.
실제 중국경기 부진으로 위안화 약세는 계속 이어질 기세다. 중국이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위험에 놓여 위안화가 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본다. 위안화·달러 환율 상승이 지속되면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 요인이 돼서 향후엔 미 연준의 추가금리 인상 가능성과도 맞물릴 수 있다. 향후 환율 상승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3분기엔 원·달러 환율이 1천300원대 후반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코스피 2,400선까지 내려가나
지난주 중국에서 불어닥친 유동성 위험으로 지난 18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5.35포인트(0.61%) 내린 2,504.50에 장을 마쳤다. 2,500선에 겨우 턱걸이를 한 셈이지만 일주일 전보다 86.76포인트(3.35%)나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한 주간 34.88포인트(3.82%) 하락해 지난 18일 877.32로 거래를 마쳤다.
중국발 경제위기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대한 매도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악재 위력이 강해지면 코스피는 일시적으로 2,500선을 밑돌 수 있다. 일각에선 2,4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이는 중국 부동산발 위기와 경기부진으로 당분간 우리나라의 수출 둔화 등 경기 회복과 실적 개선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감안됐다.
실제 증권사들의 코스피 변동폭 전망치는 2,400선을 하단으로 제시했다. NH투자등권은 2,400~2,750을, 대신증권은 2,450~2,650을, 키움증권은 2,400~2,800선을 제시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와 중국 증시가 연동된 흐름을 보인다. 중국 실물지표 부진이 우리나라 수출 둔화로 연결된 데다 위안화 약세 영향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유동성 방출과 지표 부진은 원화약세 압력으로 작용하며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준다"며 "중국 부동산 문제의 해법이 나오기 전까진 증시에서 변동성 장세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투자자 손실위험 커지나
중국발 경제 위기에 따른 중화권 증시 하락세는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으로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8일 기준 홍콩H지수는 6146.99로 3년 전(1만425.42)에 비해 41.04% 나 급락했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중 향후 6개월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4조670억원으로 집계됐다. ELS는 기초자산인 주식이나 지수 등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이다. 통상 6개월마다 기초자산의 가격을 평가하고, 가격이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원금과 수익을 조기 상환한다. 향후 6개월 내 만기가 돌아오는 ELS 대부분은 2020년 8월∼2021년 2월 설정됐다. 홍콩H지수가 하락하면서 당시 투자한 이들의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한 ELS의 조기상환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8일 'TRUE ELS 제13748회'에 대해 홍콩H지수 등 기초자산이 조건에 미달해 5차 조기상환이 연기됐다고 안내했다. 이어 키움증권·NH투자증권·KB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최근 홍콩H지수와 연계된 ELS 상품들의 조기상환이 지연됐다고 공지했다. 기초자산 가격이 특정 수준(기준가의 40% 등) 아래로 한 번이라도 내려가면 만기 때 원금의 최대 100%까지 손실이 발생하는 '녹인'(Knock-In·손실 발생 구간) 조건을 설정한 ELS가 많아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중국에 투자한 펀드도 악재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에서 운용 중인 설정액 10억원 이상 펀드 가운데 중국·홍콩 펀드 설정액은 1개월간 4천448억원 줄었다. 손실 위험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