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차등 적용에도 '가격' 앞세워 시장 장악
중국 하이거버스 판매대수 현대 일렉시티 이어 두 번째
중국산 LFP 배터리 기능 개선에 국산 배터리와 비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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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7월 전기버스 신차등록대수 현황.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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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기준 국내 버스 운행차량 대수 현황.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제공 |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중국산(産)전기버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40%를 넘어섰다.
24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지난 1~7월 국내 전기버스 신차 등록대수를 살펴본 결과, 전체 1천131대 중 468대(41.4%)가 중국산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 일렉시티의 판매대수는 457대(40.4%)로 가장 많지만 중국 하이거버스의 '하이퍼스'가 191대(16.8%)로 2위를 차지했다.
CHTC 에픽시티와 비야디 eBus-12는 각각 79대(6.9%)와 76대(6.7%)를 판매했다. 현대 카운티 일렉트릭과 일렉시티 타운의 판매량은 각각 54대(4.7%), 46대(4%)에 그쳤다. 중국 CHTC와 비야디의 판매량을 크게 밑돌았다.
중소기업의 판매량은 이보다 낮았다. 우진산전의 아폴로 버스와 범한자동차<주>의 E-STAR 8의 판매대수는 각각 45대(3.9%), 28대(2.4%)였다. 같은 기간 조이롱 E6와 중국중차 그린웨이 720의 판매대수는 각각 34대(3%), 30대(2.6%)로 국산 전기버스를 맹추격했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무기는 저렴한 가격이다. 성능이 개선되면서 국산 전기버스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싼 이유는 전비가 뛰어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서다. LFP 배터리는 한국 주력 제품인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보다 주행거리는 짧지만 가격이 싸다.
최근 중국은 LFP 배터리의 성능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은 지난 16일 신제품 발표회에서 10분 충전에 400㎞까지 달릴 수 있는 LFP 배터리 '선싱'을 공개했다. 완전 충전 시 최대 700㎞까지 주행할 수 있다. 영하 10도 추위에도 30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하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공세에 정부(환경부)는 전기버스 '보조금 차등 적용'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저가형 배터리를 쓰는 중국 전기버스를 배제하고 국산 전기버스에 힘을 실어주려는 정책으로 보인다.
기존 전기버스 등 전기승합차의 보조금 상한선은 대형 7천만원과 중형 5천만원이다. 환경부는 올해 이 금액을 유지하면서 배터리 밀도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적용했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국산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은 LFP 배터리를 사용한다.
가령 장착된 배터리의 에너지밀도가 1L당 500Wh 이상이면 최대 보조금의 100%, 450Wh 이상~500Wh 미만은 90%를 준다. 국산 전기버스는 에너지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산 배터리를 장착하면 보조금을 더 받을 수 있다.
국내 전기버스가 최대 1억원 이상 지원금을 받을 경우 중국 전기버스는 지원금 규모가 5천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같은 지원금 축소에도 중국산 전기버스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기준 국내 전기버스 운행차량 대수는 6천641대다. 이 중 32.1%(2천135대)에 이른다. 이는 중국산 내연기관 버스의 점유율(0.3%)과 상반된 수치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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