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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카페·예절샷이 뭔데?…독특해진 아이돌 '덕질' 방식

2023-08-26 09:00

아이돌 생일·데뷔일 기념하기 위해 '생일카페' 열어

가수 사진 등으로 꾸며지고 음료 주문하면 굿즈 제공돼 인기

사회적 시선 의식해 카카오톡 멀티프로필로 덕질일상 올려

팬들 한자리에 모이면 음식 앞에 포토카드 들고 사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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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아이돌 그룹 '엔시티 드림' 데뷔 7주년 생일카페가 열린 대구 중구 '카페 러브모드' 내부.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K팝 전성시대다. 아이돌 '덕질'(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해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Z세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공연·팬사인회에 가거나 사진을 모으는 정도였지만, 요즘 젊은 세대의 덕질은 이에 그치지 않고 독특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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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아이돌 그룹 '엔시티 드림' 데뷔 7주년 생일카페가 열린 대구 중구 '카페 러브모드' 내부 모습.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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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대구 중구 '카페 러브모드'에서 음료를 구매하고 받은 아이돌 그룹 '엔시티 드림'의 굿즈.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아이돌 안 오는데 '생일카페' 가는 이유
지난 22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성내2동에 위치한 카페 러브모드에서 아이돌 그룹 '엔시티 드림'의 데뷔 7주년을 기념하는 '생일카페'가 열렸다. 해당 생일카페는 지난 19일부터 지난 25일까지 일주일간 운영됐다.

이날 손님은 10~20대 여성이 주가 됐다. 카페에 함께 온 세 명의 10대 여성들은 "너무 예쁘다" "행복하다"라는 말과 함께 내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카페는 '7'이라는 숫자에 맞춰 카지노 콘셉트로 꾸며져 있었다. 벽에는 '7th Anniversary' 문구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테이블 곳곳에 남자 아이돌의 이미지가 담긴 포커와 칩이 놓여 있었다. 가수의 무대 영상을 담은 빔프로젝터가 띄워진 공간도 마련됐다.

'생일카페'란 좋아하는 가수의 생일이나 데뷔일을 기념하기 위해 팬들이 카페 측과 협업해 가수의 사진과 관련 소품으로 꾸며서 운영하는 이벤트다. 아이돌이 직접 방문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가수의 기념일을 다른 팬들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카페 러브모드 이지영(36) 대표는 "인기 많은 아이돌의 생일 주간에는 손님이 하루 400명 가까이 왔다. 낮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열었는데 줄이 한 번도 끊긴 적이 없었다"면서 "이벤트를 직접 기획하는 팬들도 많아 현재 내년 2월까지 생일카페 대관 예약이 꽉 차 있다"고 했다.

생일카페가 열리는 기간에는 주최 측이 카페 콘셉트에 맞춰 제작한 굿즈(아이돌에 관련된 물건)도 받을 수 있다. 이날 카페 러브모드에서 기존 음료 가격에 500원을 추가해 주문하니 '엔시티 드림'의 얼굴이 담긴 컵홀더, 엽서 등이 함께 나왔다. 음료의 가격은 4000~6000원대로 일반 카페와 거의 차이나지 않았다. 굿즈가 담긴 뽑기 기계도 있었다. 1천원을 내면 코인 2개를 받아 뽑을 수 있었다. SNS 해쉬태그·방명록을 남긴 사람에 한해 추첨으로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카페에서 만난 김모(18)씨는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팬들 간의 장이 열리는 것이 생일카페의 매력"이라며 "음료를 구매하면 다양한 굿즈도 받을 수 있어 즐겨 찾게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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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팬들이 가수의 포토카드를 들고 '예절샷'을 촬영하고 있다. 영남일보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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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팬의 멀티프로필 활용 모습. 영남일보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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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덕질을 위한 인스타그램 계정. 영남일보 독자 제공
◆'일코' 위해 멀티프로필 개설하고 포토카드 들고 '예절샷' 찍는 게 대세
직장인 김모(24)씨는 직장에 입사한 후 카카오톡 '멀티프로필'을 개설했다. 멀티프로필이란 대화 상대에 따라 프로필을 다르게 보여줄 수 있는 기능이다. 김모씨는 기존 프로필 사진에 있던 가수의 셀카를 내리고 이를 멀티프로필 사진으로 다시 올렸다. 일명 '일반인 코스프레'를 위해서다. 대학생 이모(23)씨도 '일반인 코스프레'를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2개 사용한다. 하나는 팔로워가 500명인 일상용 계정이고, 또 하나는 팔로워가 40명도 안 되는 '덕질용' 계정이다. 일상용 계정에는 주로 여행 사진을 올리는 반면, 덕질용 계정에는 생일카페 탐방, 예절샷, 가수의 셀카 등 좋아하는 아이돌과 관련된 사진을 올린다.

'일반인 코스프레'(이하 일코)란 일상생활에서 특정한 가수의 팬임을 감추는 일을 뜻한다. 여전히 아이돌 팬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으로 생긴 현상이다. 김모씨는 "번듯한 직장에 들어갔지만 아이돌을 덕질한다 하면 특이한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멀티프로필을 개설해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랑만 덕질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이돌 덕질의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상당수의 팬들이 덕질하는 것을 일상에서 티내지 않으려 한다"면서 "보다 많은 사람이 덕질을 하나의 '취미'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이돌 팬들이 사랑하는 굿즈 중 가수의 사진이 담긴 '포토카드' 관련 유행도 펼쳐지고 있다. 포토카드의 경우 주로 앨범을 사면 받을 수 있으며 공개되지 않은 사진으로 제작돼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포토카드가 인기를 끌면서 '예절샷' 촬영도 유행이 됐다. 팬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예절'이라는 뜻에 사진을 의미하는 '샷'을 결합한 단어다. 팬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포토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는다. 배경은 주로 맛있는 음식이나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대학생 이모씨는 "예절샷을 찍으면서 최애 가수와 추억을 남긴다는 느낌도 들고, 아이돌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공통된 관심사도 공유할 수 있어 즐겁다"면서 "거창한 이유 없이 이렇게 노는 게 재밌기에 다들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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