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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핫 토픽] 무인시스템의 명과 암

2023-09-22
[미디어 핫 토픽] 무인시스템의 명과 암
게티이미지뱅크

무인점포를 즐겨 찾는다. 24시간 운영돼 이용 시간에 제약이 없고 영업주 눈치를 보지 않아도 돼 편리한 곳이라 느꼈다. 얼마 안 가 생각을 접었다. 오만한 생각이었다. 무인점포가 편리하단 말은 일부 젊은 세대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몇몇 프랜차이즈에서만 도입됐던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가 무인점포 증가에 발맞춰 곳곳 설치되는 추세다. 키오스크는 제품을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불편한 진실도 존재한다. 지난해 2월 개정된 키오스크 한국산업표준 '무인정보 단말기 접근성 지침'에 따르면 키오스크는 노인, 장애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 취약층에 대한 배려는 아직 부족한 모양새다.

"이거 왜 이래!" 어느 무인카페에 방문하니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키오스크 앞에 몇 분을 서 있던 어르신이 주문을 포기하고 발을 뗐다. 기계를 확인하니 진땀을 빼다 나간 어르신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이용 방법이 표시돼 있었지만 죄다 영어에 메뉴판의 글씨 크기는 너무 작았다. 물론 나이가 많다고 모두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보통 노인들의 사정이 그렇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20년 65세 이상 1만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키오스크를 이용한 사람 중 주문에 어려움을 느낀 비율은 64.2%나 됐다.

장애인에게도 거대한 장벽으로 다가온다. 무인점포 내 키오스크는 대부분 음성인식 기능이 없어 시각장애인은 기계의 위치부터 찾기 힘들다. 어렵게 찾았다 한들 음성 안내나 점자가 제공되지 않아 주문이 쉽지 않다. 지체장애인 또한 자력으로 무인점포를 이용하는 것에 무리가 있어 보였다.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팔을 뻗었을 때 닿을 수 있는 최대 높이는 122㎝라고 한다. 하지만 다수의 키오스크가 160cm 조금 안 되는 기자의 키와 높이가 비슷했다.

키오스크를 활용한 무인영업은 옷가게, 스포츠 시설 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이용도가 삶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시대다. 키오스크 도입이 늘어나는 만큼 디지털 취약층을 위한 제도도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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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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