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국제유가 중동 불안에 폭등
고금리, 고물가에 꽉 닫힌 '상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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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국제유가가 약 4% 급등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국시간 9일 8시1분 현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4.3% 상승한 배럴당 86.35달러에 거래됐다. 연합뉴스 |
이스라엘-하마스간 분쟁이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기미를 보이면서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국내 물가 오름세가 장기 고착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 일반 소비자 물가 상승 압박도 높아진다. 아울러 안전자산인 달러화 강세도 부추겨 금리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실제 중동전쟁으로 비화되면 내심 기대했던 '상저하고' 형태의 국내 경기회복 전망 기대치는 물건너 갈 것으로 보인다.
9일 정부와 지역 금융권에 따르면 이스라엘-하마스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출렁거리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4.3% 상승한 배럴당 86.6달러대에 거래 중이다. 이달 들어 다소 주춤하던 국제유가가 중동 전쟁 우려로 급반등하는 모양새다.
이미 국내 휘발유와 경유가격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날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1ℓ당 1천790원이다. 대구도 1천745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경유가격도 1ℓ당 1천697원(대구 1천656원)대다. 중동상황이 악화되면 1천800원대(휘발유)는 쉽게 넘어설 수 있다. 동절기때 난방유를 확보해야 하는 소비자들도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
산유국인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을 지원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전쟁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이 악화되면 이란이 전 세계 석유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 이는 국제유가 급등을 부채질해 수급부족으로 국내유가도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유가급등은 소비자 물가도 압박하게 된다. 지난달(9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 보다 3.7%대로 오르면서 8월(3.4%)에 이어 두달 연속 3%대 오름세를 이어갔다. 현 상태라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에서 크게 멀어질 수 있다.
환율·금리시장도 크게 들썩일 전망이다. 정세불안으로 안전자산인 달러화 선호 기조가 뚜렷해지면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국채금리 상승으로 방향타가 잡힌다. 고금리 프레임에 견고하게 갇히게 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고금리 기조 유지를 시사하자 국내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지난 6일 국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은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코스피는 2천400선까지 위협받았다.
가계 부채 부담은 가중된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국내 가계대출 증가폭은 2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5대 시중은행의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천294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5천174억원 늘었다.
고금리와 고물가 탓에 소비 여력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2분기 전국 가계의 월평균 흑자액(가처분소득에서 식료품 등 소비지출을 제외한 여윳돈)은 114만1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3.8%(18만2천원) 줄었다. 이 감소폭은 코로나19사태가 엄습한 2020년 이후 최대치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석유공사, 가스공사와 긴급 상황점검회의을 열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른 석유·가스 수급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향후 국내 수급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석유 및 가스 가격의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지영 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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