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尹 대통령 지지율 하락
朴 전 대통령 내년 총선
등판 변수 아닌 상수 될 수도
여권 朴 등판 상황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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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
최근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내년 총선 시계를 앞당기고 있다. 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임명직 지도부를 전원 교체했지만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여기에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발(發) 헤어질 결심과 신당 창당설까지 나돌고 있다. 정치판이 뒤숭숭하다. 윤석열 정부의 운명이 내년 총선 결과와 직결되는 만큼 이 정도의 술렁임은 당연하다. 올 연말쯤은 그야말로 정치판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총선 등판 여부도 중요 관심사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대구 달성 사저 인근 현풍시장을 찾았다. 그동안 동화사, 박정희 대통령 생가 등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정작 사저로 내려온 후 마실 나들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위한 몸풀기 아니냐는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다. 적어도 그 당시만 해도 정치적 행보는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환영 나온 주민들에게 "오래전에 오려고 했는데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이렇게 늦어졌네요"라면서 인사를 나눴다. 오랫동안 자신을 지지해 준 정치적 고향인 달성군민들과 만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이 더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일부 여론조사(지난 17일 뉴스토마토 보도)에서는 20%대로 나타났다. 변수로 존재했던 박 전 대통령의 내년 총선 등판이 상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본인은 여전히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외부 환경은 박 전 대통령을 총선 판으로 소환 가능성을 열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과 박 전 대통령 총선 등판은 무관할 수 없다.
대통령 지지율은 총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다. 통상 정권 중반기에 치러지는 총선은 정권 심판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통령 국정 지지율 45%를 총선 승패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즉 대통령 지지율이 40~45%이면 여권이, 그 이하면 야권이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역대 총선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45%를 넘었던 2008년 선거(이명박 대통령 지지율 52%)와 2020년 21대 총선(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59%)은 여당이 이겼다. 2016년 20대 총선(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39%)은 여당이 한 석 차이로 패했다. 대통령 지지율과 총선에서의 여권 국회의원 수와 묘한 상관관계가 있다. '대통령 지지율 3배 공식'이다. 20대 총선 때는 여권이 122석(대통령 지지율 39%×3.12), 21대 때는 180석(대통령 지지율 59%×3.05)을 차지했다. 이 같은 공식이 적용된다면 지금의 대통령 지지율로는 여권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여권이 내년 총선에서 과반 가까운 의석을 확보하려면 대통령 지지율이 최소 45% 이상 돼야 한다. 지금 같은 여론 추이로는 도달하기 쉽지 않은 수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른바 보수대연합이란 명분으로 선거의 여왕으로 불려온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등판을 요청할 수 있다. 설혹 박 전 대통령이 총선 구원투수로 등판하더라도 경계해야 할 점은 분명 있다. 특정 정치 세력(친박 등)을 지지하는 모양새를 띠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보수 연합이 아니라 보수 분열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럼에도 역설적이지만 여권은 박 전 대통령을 내년 총선 판에 등장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선거 전략이다.서울본부장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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