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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나도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

2023-11-13

[취재수첩] 나도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동현기자〈사회부〉

지난달 중순 드디어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관리비 부당청구에 대한 반환소송(1심)이 마무리됐다. 결과는 물론 예견했던 대로 입주민들의 승리였다. 교묘한 꼼수로 입주자들의 돈을 착복했던 위탁관리 업체 측은 입주자대표회의에 무려 5천900여만 원을 되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례가 이 아파트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파트관리비 과다청구의 피해자는 우리 아파트, 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관리업체들의 꼼수는 이렇다. 아파트관리업체는 직원들의 연차수당, 퇴직급여충당금, 복리후생비, 국민연금, 고용보험 명목으로 거둬들인 비용을 실제로 지급하지 않은 채 챙겨왔다. 근무연수가 적어 연차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이들의 연차를 최대치로 책정해 연차수당을 챙겨왔다. 또 실제 직원들의 계약 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았다가 퇴직함에도 이들의 퇴직급여충당금을 거둬들여 입주민들에게 반환하지 않는 수법도 있었다. 국민연금 납부대상이 아닌 60세 이상 직원들의 국민연금과 65세 이상 경비원들의 고용보험료를 입주민에게 전가하는 방식이었다.

이 문제는 대구의 일만이 아니다. 2021년에는 전남 목포시가 관내 위탁관리 아파트 9개 업체 70개 단지를 대상으로 관리비 초과징수액을 확인해 정산하도록 하고, 미정산 시 고발조치 했다. 또 서울과 경북 구미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등장했다.

대구도 몇 가지 사례가 있었으나 지자체 행정이 아닌 입주민의 개별 소송에 의해서 돌려받은 사례뿐이다. 2020년 달성군과 달서구의 3개 아파트 입주민들이 미지급 퇴직금 액수를 위탁관리업체 측에서 돌려받은 적이 있다.

문제는 대구시의 행정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법을 좁게 해석하는 행정당국의 특성상 무리인 것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최근 공직의 모토는 '적극 행정'이 아닌가. 주민들의 계속되는 의혹·문제 제기에도 손을 놓고 방관하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하지 않을까.

주민들도 단순 행정서비스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꼼꼼히 살펴야 한다. 소송에서 이긴 수성구 아파트 전 입대의 회장은 "우리 아파트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비일비재할 것"이라며 "기자님의 아파트 관리비도 한번 봐주겠다. 청구서를 나에게 보내달라"고 했다. 귀찮다고, 번거롭다며 가만히 있으면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관리비 사기에 우리 모두가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동현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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