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 대구에 2조5천억 초대형 투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27일 대구 달성군 엘앤에프 구지3공장에서 열린 엘앤에프와의 신규 투자협약(MOU)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주>엘앤에프가 2조5천억원대의 '통 큰 투자'를 결정하자 대구국가산업단지에 2차전지 소재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한 신호탄이 쏘아올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전기차시장은 리튬 등 원재료 가격 하락과 전기차 수요 둔화로 고전하고 있지만, 향후 시장은 여전히 희망적이다. 그런 점에서 엘앤에프의 대형투자는 주목할 만하다. 27일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는 "최근 2차전지의 수요 부진이 1~2년 지속될 것이라는 말들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속속 나오고 있다. 2차전지산업을 재정비할 기간이 도래한 것"이라면서 "이번 (대구시와의) 투자협약은 앞으로 10~20년 뒤를 생각하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구시 원스톱 지원정책 밑바탕
수요 부진 속 10~20년 뒤 생각"
신규 고객사 확대·상품 다변화
흑연 자체 확보로 脫중국 나서
국가산단 2차전지 순환파크 등
미래첨단소재지원 시스템 갖춰
◆초대형 투자 전략
3조6천500억원. 엘앤에프가 지금까지 대구에 투자한 투자금이다. 앞서 구지 1·2·3공장 14만7천149㎡(4만4천평)를 조성하면서 1조1천억원을 들였다. 이번에 대구국가산단 내에 55만8천909㎡(약 17만평) 규모의 2차전지 소재 클러스터까지 조성되면 총면적은 70만6천58㎡(21만3천평)로 늘어난다. 대구국가산단 산업용지가 491만527㎡(148만5천평)라는 점을 감안하면 엘앤에프가 차지하는 면적 비중은 14.4%에 달한다.
엘앤에프의 투자 전략은 지속적인 신규 고객사 확대와 상품 다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종 고객사인 테슬라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장착 비중을 높이면서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에도 오히려 기존 NCM(니켈·망간·코발트) 양극재 생산을 공격적으로 확대한다. 동시에 LFP양극재, 차세대 음극재 제조시설을 건립하는 방식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한다. 특히 음극재 생산공장의 경우 음극재 원료로 쓰이는 흑연의 중국 의존을 벗어나기 위해 자체적으로 천연 흑연 확보에 나선다. 흑연은 현재 중국에서 90% 이상이 정제되는 탓에 원활한 흑연 확보를 위해선 탈중국화가 시급하다.
◆대구시 적극행정
이번 엘앤에프의 대형 투자는 대구시의 원스톱 기업지원정책이 밑바탕이 됐다. 앞서 엘앤에프는 지난 8월 구지 3공장을 건립하기 위해 대구시와 6천5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 협약을 맺었다. 당시 엘앤에프는 급격히 늘어난 글로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대규모 생산능력 확충이 시급했다. 이에 대구시는 건축 인·허가 행정처리를 원스톱으로 지원했고, 엘앤에프는 투자 협약 후 40일 만에 착공을 할 수 있었다. 대구국가산단 2단계 구역의 경우엔 준공 전 입주가 가능하도록 기반시설 설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부분 통수를 통한 용수 우선 공급, 임시 우·오수관 설치, 대용량 전기 공급 등을 지원했다.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는 "올 초 정부에서 대규모 국가산단 (후보지를) 발표한 뒤 회의에 기업 대표로 참석했다"면서 "그때 수많은 지자체장들이 기업유치를 위해 이런저런 약속을 많이 했다. 그때 기업 대표로 나서 '지금 똑같은 얘기만 스무 번 넘게 들었는데 대구시는 이미 약속을 실행하고 있다. 지역 투자 유치할 거면 대구시를 벤치마킹하는 게 좋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2차전지 생태계
엘앤에프의 투자를 통해 대구의 2차전지 소재 클러스터 구축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차전지 소재기업인 미래첨단소재<주>가 지난 6월 인접한 달성2차산업단지에 제2공장을 건립했다. 이곳에선 양극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 8월엔 대구국가산단 2단계 구역에 두산그룹 계열 2차전지 리사이클 전문기업인 두산리사이클솔루션<주>의 공장도 유치했다. 이 업체는 2025년부터 본격 가동된다.
아울러 대구시는 2차전지산업 생태계 조성사업의 피치를 올리기 위해 2025년까지 달성2차산단에 '2차전지 순환파크(8만1천175㎡)'를 조성한다. '사용 후 배터리 시험평가센터'는 2026년에 구축된다. 2차전지산업의 전 주기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는 셈이다. 더 나아가 앞으로 국내 2차전지 관련 전문인력이 6만6천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보고 산-학-연 연계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손선우
이윤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