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조봉사단, 배추·고구마·옥수수 등 모래톱에 뿌려
2009년부터 대구 하천 수중·수변 정화활동 등 이어와
지난 11월 흑두루미 3마리 달성습지 찾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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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10시 30분쯤 대구 달성군 다사읍 강정고령보 인근 낙동강·금호강 합수부 모래톱에서 고재극 시민구조봉사단장(오른쪽)과 단원들이 철새들이 먹을 배추, 고구마, 옥수수 등 먹이를 뿌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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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9시 30분쯤 시민구조봉사단원들이 철새들에게 줄 고구마를 썰고 있다. |
17일 오전 9시 30분쯤 영하 7℃의 엄동설한에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부강정주차장 한켠에는 '탁탁탁' 도마를 칼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연두색 조끼를 입은 '시민구조봉사단' 단원들이 달성습지를 찾는 겨울 철새들에게 줄 고구마를 썰고, 보리쌀과 옥수수를 섞어 자루에 옮겨 담고 있었다. 단원들은 준비해둔 곡식, 고구마, 배추 등 새먹이 자루를 들고 디아크 남쪽의 모래톱으로 향했다. 박태숙(59) 부단장은 "공식적으로 시민구조봉사단에서만 15년째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다음 세대에 우리나라의 깨끗한 자연환경을 물려주고 싶어 철새 먹이주기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래톱에 도착한 봉사단원들은 며칠 전과 다른 강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상에 길게 드러나 있던 모래톱이 얼마 전 호우로 쓸려내려 가버린 것이었다. 놀라움도 잠시, 고재극 단장은 손에 든 배추를 낫으로 잘라 모래톱에 뿌렸다. 그 옆으로 단원들이 준비한 보리·옥수수와 고구마를 여러 곳에 나눠 뿌렸다. 이날 준비한 먹이는 배추 10포기, 고구마 40㎏, 옥수수와 보리쌀 등 총 150㎏ 분량이었다. 보금자리로 돌아온 봉사단의 자루 안은 쓰레기로 가득했다.
평소엔 섬처럼 형성된 모래톱까지 배를 타고 나가 철새 먹이를 뿌리지만, 이날은 그러지 못했다. 날이 추워 배에 시동조차 걸리지 않은 탓이다. 강정고령보·디아크 일원 낙동강-금호강 합수부에는 약 66만㎡(2만평)의 습지가 펼쳐져 있다. 지난 여름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모래톱이 길고 넓게 생겨나면서 고니, 기러기, 청둥오리 등 다양한 겨울 철새들이 이곳에 머문다.
이곳 달성습지는 1990년대까지 겨울 철새들의 단골 월동지였으나 인근 농경지가 사라져 먹이활동이 어렵고, 환경 오염으로 그 기능이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 대구시와 이곳을 둘러싼 기초자치단체들이 생태환경 복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대구시와 기초단체들은 지난 2020년부터 달성습지에 먹이터를 조성하고 생태환경을 복원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흑두루미 3마리가 3년 만에 이곳에서 관측됐다.
시민구조봉사단은 지난 2009년부터 하천 수중·수변 정화, 재난 구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사, 경찰, 구호활동가 등 1천3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곳 달성습지에서는 먹이터 조성을 위해 갈대와 나무를 베어내고 그곳에 철새 먹이를 뿌려주고 있다.
고 단장은 "배가 뜨지 못해 오늘은 양이 적지만, 평소에는 습지 곳곳에 400㎏에 가까운 새먹이를 뿌린다"며 "농경지가 업성지고 모래톱이 사라져 월동지로서의 기능을 잃었던 달성습지에 다시금 두루미, 고니 등 철새들이 모여들고 있다. 먹이활동이 어려운 철새들이 이곳에서 겨울을 잘 나도록 새먹이를 뿌려주고 있다"고 했다.
글·사진=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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