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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작가·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 |
얼마 전 흥미로운 영상을 보았다. 영상 속에서 여러 명이 공을 주고받는데 그중 흰옷을 입은 여성이 공을 몇 번 패스하는지 맞혀보는 영상이었다. 패스가 끝나고 뜬금없이 "영상 속 고릴라를 보았나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영상에서 고릴라를 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이 영상은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만든 영상으로 자신이 의도적으로 어떤 것에 주의를 기울일 때 그것 외에 다른 것은 보지 못하고 놓치게 되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이다. 나는 흰옷을 입은 여성의 공 패스 횟수에만 집중한 나머지 중간에 덩치 큰 고릴라가 나타나 무대 가운데에서 가슴을 두드리는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실험 영상은 인간의 선택적 주의력, 고정관념의 한계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 상황에 대한 편협한 생각으로 유연함과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다.
최근 감기에 걸려 약을 사기 위해 약국에 간 적이 있다. 위층에 소아청소년과가 있어서 그런지 3~5세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많이 있었다. 막대 사탕을 입에 물고 있는 아이의 볼록한 볼, 고사리 같은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코를 찡긋하며 진지하게 보고 있는 아이, 간식을 사달라고 엄마에게 애교를 부리는 아이 등 다양한 아이들이 있었다. 한 명 한 명 얼마나 귀엽고 예뻐 보이던지…순간, 내가 우리 아이를 키우던 때가 생각났다. 지금은 중학생인 우리 아이도 3살, 5살이었던 적이 있었을 텐데, 그때 내가 바라본 아이의 모습은 마냥 예쁘고 귀엽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사탕을 달라고 하면 또 단것만 찾는다고 한 소리 하고, 기다림이 지루해서 휴대폰을 달라고 하면 미디어만 보려고 하는 아이가 걱정되고, 뭐 사달라고 조르기라도 하면 옆에서 잘 기다리는 아이와 비교하기도 했다.
현재 내 눈에 보이는 아이들의 반짝이는 아름다움이 그때는 왜 보이지 않았을까? 바로 고릴라 실험 영상에서처럼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주의력 착각 때문이다. 아이의 단점만 보려고 하니 정말 아이의 그러한 모습만 보이게 되는 것이다. 부모교육을 하면서 꼭 하는 말이 있다. "내 아이를 남의 집 아이처럼 바라보라" 이 말은 아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새롭게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라는 뜻이다.
2024년에는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 우리들의 마음속에 있는 고정관념을 잠시 내려놓아 보면 어떨까? 그러면 그 사람 속에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혜진〈작가·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
이 실험 영상은 인간의 선택적 주의력, 고정관념의 한계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 상황에 대한 편협한 생각으로 유연함과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다.
최근 감기에 걸려 약을 사기 위해 약국에 간 적이 있다. 위층에 소아청소년과가 있어서 그런지 3~5세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많이 있었다. 막대 사탕을 입에 물고 있는 아이의 볼록한 볼, 고사리 같은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코를 찡긋하며 진지하게 보고 있는 아이, 간식을 사달라고 엄마에게 애교를 부리는 아이 등 다양한 아이들이 있었다. 한 명 한 명 얼마나 귀엽고 예뻐 보이던지…순간, 내가 우리 아이를 키우던 때가 생각났다. 지금은 중학생인 우리 아이도 3살, 5살이었던 적이 있었을 텐데, 그때 내가 바라본 아이의 모습은 마냥 예쁘고 귀엽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사탕을 달라고 하면 또 단것만 찾는다고 한 소리 하고, 기다림이 지루해서 휴대폰을 달라고 하면 미디어만 보려고 하는 아이가 걱정되고, 뭐 사달라고 조르기라도 하면 옆에서 잘 기다리는 아이와 비교하기도 했다.
현재 내 눈에 보이는 아이들의 반짝이는 아름다움이 그때는 왜 보이지 않았을까? 바로 고릴라 실험 영상에서처럼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주의력 착각 때문이다. 아이의 단점만 보려고 하니 정말 아이의 그러한 모습만 보이게 되는 것이다. 부모교육을 하면서 꼭 하는 말이 있다. "내 아이를 남의 집 아이처럼 바라보라" 이 말은 아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새롭게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라는 뜻이다.
2024년에는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 우리들의 마음속에 있는 고정관념을 잠시 내려놓아 보면 어떨까? 그러면 그 사람 속에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혜진〈작가·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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