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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출산 논쟁] <上> 가난하면 애 낳지 마라?…"가난 혐오" "현실적 주장" 갑론을박

2024-01-21 09:00

젊은 세대서 가난·출산 엮는 분위기 두고 의견 분분

아이 낳지 않겠다는 가장 큰 이유도 '경제적 부담'

전문가들 "비용적 부담 잘 아는 세대, 문화 바뀌어야"

[2030 출산 논쟁]  가난하면 애 낳지 마라?…가난 혐오 현실적 주장 갑론을박
가난하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젊은 세대에서 확산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올해 0.68명으로 처음 0.6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출산 당사자인 20·30세대의 출산에 대한 인식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으며 온라인상에서도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출산 논쟁'을 중심으로 출산에 대한 젊은 세대의 생각을 두 편으로 나눠 살펴본다.

[2030 출산 논쟁]  가난하면 애 낳지 마라?…가난 혐오 현실적 주장 갑론을박
지난해 10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블라인드 캡처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젊은 세대에서 확산하고 있다. '낳음 당했다'처럼 출산과 관련한 부정적인 신조어가 생겨나는 등 가난과 출산을 엮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최근 온라인상에서 "가난하다는 이유로 아이를 낳지 말라는 건 무례한 얘기"라는 내용의 글이 확산하면서 경제력을 둘러싼 '출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가난하면 자식 낳으면 안 된다는 얘기 너무 무례하지 않아?'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원문 작성자는 "출산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이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본능을 거스르라는 것은 너무 무례한 얘기 아닌가"라면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자식이라 할지라도 삶 자체가 축복인데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가난하면 아이를 낳아선 안 된다는 인식에 대해 충격을 받은 뉘앙스다.

해당 글이 최근 온라인상에서 퍼지면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가난하면 아이를 낳아선 안 된다는 인식에 대해 동의하는 이들이 있는 한편 해당 글에 공감하는 이들도 나온다. 직장인 김현태(대구 달서구·30) 씨는 "경제적으로 부유하다 해서 모두 행복한 것도 아니고, 가난하다 해서 꼭 불행한 것도 아니다. 또 부유한 사람이 출산 후 가난해질 수도 있고, 가난한 사람이 자수성가해 부유해질 수도 있다"라면서 "그런데도 가난하면 아이를 낳아선 안 된다는 건 전형적인 가난 혐오"라고 말했다. 이어 "안 그래도 출산율이 낮은 국가에서 이런 극단적인 주장이 등장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라고 했다.

해당 인식이 타당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취업준비생 김모(25·여) 씨는 "(해당 인식이) 현실적인 얘기라 생각한다. 아이를 제대로 키울 정도의 여유가 없는데 굳이 아이를 낳겠다는 건 이기적인 생각"이라면서 "부유할수록 양질의 교육을 받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학창 시절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는데, 주변 여유 있는 집안의 친구들을 봤기에 더욱 체감한다. 경제적인 여건이 안 되는 상황에서 출산하는 건 가난을 대물림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큰 원인도 '경제적 부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25~39세 미혼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출산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으로 남성 31.2%, 여성 27.2%가 이같이 응답했다.

[2030 출산 논쟁]  가난하면 애 낳지 마라?…가난 혐오 현실적 주장 갑론을박
한국경제신문·입소스 '결혼·출산 인식' 조사 결과. 한국경제신문 제공
한편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출산 기피 비중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4월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25~45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결혼·출산 인식'을 소득별로 조사한 결과, '아이 가질 생각이 없다'고 응답한 비중은 월급 1천만원 이상 고소득층이 6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월소득 2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이 59%로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다만 그 이유로 고소득층은 육아에 구속되지 않고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점을 들었고, 저소득층은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해당 논쟁을 두고 전문가들은 아이를 키우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우리나라의 경우 사교육비, 결혼자금 지원 등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적 부담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크다"면서 "요즘 젊은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부모의 풍족한 지원을 더욱 받고 자라 출산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해당 논쟁도 그런 맥락에서 등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키우는 문화가 바뀌고 육아와 관련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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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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