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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스님 짚신

2024-05-16

충남 예산의 '의좋은 형제마을'은 초등 교과서에 실렸던 형제의 이야기가 내려오는 마을로 알려졌다. 두 형제가 서로를 걱정해 추수한 볏단을 밤새 나르며 우애를 확인했다는 이야기로 이 마을은 이 주제를 모티브로 슬로시티를 추구했고 제법 성공한 농촌이 됐다. 이 마을의 특징 중 하나가 짚공예다. 짚공예 지도사 자격증 발급기관으로 인정받을 만큼 이 분야에서는 권위를 가지고 있다.

십몇 년 전만 해도 전국 곳곳에 짚공예를 전승한 마을이나 어르신들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드물다. 고령화로 전승자가 귀한 까닭이다. 의좋은 형제마을에는 짚공예를 체험하는 곳과 작품을 전시한 달팽이미술관이 있다. 슬로시티 사무국장의 안내로 둘러보던 중 여러 종류의 짚신 전시품 가운데 가장 성기고 거칠게 생긴 작품을 들고 누가 신는 짚신인지 맞혀보라고 했다. 스님 짚신이라며 성기게 만든 이유는 작은 생명체가 발에 밟히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육바라기 짚신이라고도 하며 부모를 여읜 상주들이 신던 거친 짚신과 비슷하다.

조선시대판 '사랑과 영혼'이라는 별칭을 얻은 안동 '원이 엄마'의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는 짚신 가운데 명품으로 꼽히는 신발이다. 미투리는 삼베나 모시 등의 마로 만든 것으로 일반 짚신보다 정교한 고급품이다. 원이 엄마의 미투리는 여기에 자신의 머리카락까지 섞어 사랑하는 마음을 더해 심금을 울렸다. 어제가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은 "사람 몸을 받아서 태어난 것 자체가 금수저"라며 "허송세월하지 말고 남을 비난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라"고 당부했다. 스님 짚신처럼 자비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라는 뜻도 담긴 것 같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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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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