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직무대행 출신 변호인도 구속 못 막아
수차례 진술번복·증거인멸 시도 '자업자득' 지적
"뺑소니 피해자 외면, 사법 방해 자행 국민적 공분"
'음주 운전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2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
가수 김호중(33) 씨가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서 김 씨의 행위가 구속 사안인지, 검찰 총장 직무대행을 지낸 거물급 변호인을 선임했는데도 '전관예우'가 통하지 않았는지 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수 차례 진술을 번복하고 증거 인멸을 시도한 김 씨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사안을 더욱 중대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김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증거를 인멸한 염려가 있다는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씨가 사고를 낸 지 보름 만이며, 뒤늦게 음주 운전 사실을 인정한 지 닷 새만이다. 이광득(41)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 등도 구속됐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구속 사유는 크게 세 가지다.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 구속영장이 발부된다. 김 씨와 같은 유명 연예인은 살인이나 마약 등 중대 범죄가 아니고서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경우가 흔치 않다. 사실상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김 씨의 경우 증거 인멸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김 씨와 소속사가 사고 직후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하고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하는 등 조직적으로 사고 은폐를 시도했다는 점이 구속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호화전관'을 선임했음에도,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김 씨는 조남관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해 대응했다. 조 변호인은 2020년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직무가 정지되자 대검 차장으로 총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서울 강남경찰서 사건을 송치받는 서울중앙지검의 이창수 검사장과 대검찰청에서 함께 근무한 이력도 있다. 그럼에도 '전관예우'라는 불공정한 관행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김씨가 스스로 일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거인멸 우려만으로도 구속을 피하기 어려운데, 실제로 증거를 인멸했기 때문에 구속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는 "범죄는 중대성 위주로만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건 아니다"라며 "뺑소니를 저질러 놓고도 피해자들의 피해를 외면해 공인(公人)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데다, 증거를 인멸하는 '사법 방해' 행위까지 자행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누군가의 잘못된 법적 조언이나 판단이 일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원택 변호사는 "사고 당시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데다,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하고,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사 마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증거 인멸 정황이 수 없이 드러나면서 구속이 된 경우"라며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까지 선임해서라도 구속 만큼은 피해 보려는 계산이었겠지만, 결국에는 증거 인멸 정황과 여론 악화로 구속을 피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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