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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아이돌 굿즈의 세계 : 소장용 넘어 생활용품으로 제작…앨범 대량 구매 후 '포카'만 빼고 버리기도

2024-06-28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스타와의 접점 굿즈
오픈런·웃돈거래에 자체 제작 '덕질 고수'도
한 해에만 8조원 규모 팬덤상품 시장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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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최은지기자
K팝이 세계를 휩쓸면서 아이돌 굿즈(MD 상품)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K팝 아이돌 팬덤산업(팬더스트리)의 규모는 8조원에 달한다. 증권가 컨센서스를 종합하면 올해 4대(YG·SM·JYP·HYBE) 엔터사 MD매출 합계는 7천473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분석된다. 팬들은 좋아하는 아이돌을 응원하기 위해 다양한 굿즈를 구매·수집하며, 희귀한 상품은 중고로 천문학적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아이돌 굿즈는 단순한 상품이 아닌 팬과 가수를 잇는 특별한 매개체이며 팬덤 문화를 더욱 풍부하고 다채롭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애칭 붙는 응원봉…포토카드는 수십만원에 거래도

지난달 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은 형광 초록색의 물결로 뒤덮였다. 그룹 엔시티 드림(NCT DREAM)의 콘서트 공연이 열렸는데 팬들이 노래에 맞춰 단체로 형광 초록색 '응원봉'을 흔들며 가수를 응원한 것이다. 응원봉은 가장 대표적인 아이돌 굿즈다. 엔시티의 응원봉은 그룹을 상징하는 색인 형광 초록색이다. 과거에는 풍선이나 스스로 빛을 내는 야광봉을 많이 썼지만 현재는 대다수가 휴대용 램프로 제작된다. 블루투스가 탑재돼 공연장 분위기나 곡에 따라 응원봉 색깔이 바뀌며 카드섹션 같은 화려한 효과를 연출하기도 한다.

응원봉은 각자 특유의 디자인을 가졌다. 팬들이 붙인 특별한 애칭도 있다. 네모난 망치처럼 생겼다고 하여 '믐뭔봄'(엔시티), 막대사탕 모양이라고 '캔디봉'(트와이스), 무처럼 생겼다고 해 '무봉'(마마무), 뿅망치 형태를 가졌다고 '뿅봉'(블랙핑크) 등으로 불린다. 쓰임새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트와이스의 응원봉은 응원용뿐만 아니라 LED, 무드등 형태로 생활용품으로 사용 가능하다. 램프를 직접 열고 닫을 수 있는 형태로 제작되기도 하여 램프 안에 인형을 넣거나 이미지를 붙이는 등 자신만의 응원봉으로 개조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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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출시된 스타벅스와 NCT 협업 상품.(왼쪽) 엔시티 공식 응원봉과 팬이 제작한 응원 부채.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또 다른 응원 도구로 부채와 슬로건도 있다. 소속 엔터사의 공식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공식 상품뿐만 아니라 팬들이 원하는 사진과 문구를 넣어 자체 제작한 비공식 굿즈까지 종류, 디자인도 다양하다. 비공식 굿즈의 경우 개인이 자체 제작해 혼자 사용하는 한편 다른 팬이 만든 굿즈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콘서트, 팬미팅 등 공연이 열리기 전 일정 기간 내 온라인 판매 페이지에서 주문해 공연 당일 공연장 근처에서 수령하는 식이다. 소량의 재고를 무료로 나눔하거나 추첨하는 경우도 많아 공연 때마다 새로운 아이템을 모으는 재미도 있다.

몇 년째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 '포토카드(포카)'도 있다. 포토카드는 신용카드보다 조금 큰 크기로 가수의 셀카 사진이 담겨 있다. 주로 앨범을 사면 받을 수 있으며 대부분 랜덤으로 들어 있다. 앨범 판매 음반사마다 사진도 모두 달라 종류도 수십 종이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K팝 음반 구매자 중 절반 이상인 52.7%가 '포토카드 등 굿즈를 모으려고 앨범을 샀다'고 응답했다. 팬들은 원하는 포토카드를 갖기 위해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하기도 하며 웃돈을 얹어 거래하기도 한다. 이런 수요로 '포카마켓' 등 온라인 포토카드 거래 플랫폼도 따로 있다. 100원부터 1만원 단위까지 다양한 가격에 판매되며 잘 나온 희귀한 셀카는 10만원 단위까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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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가방 등 실용적 상품 등장…팝업 스토어도 인기
아이돌 굿즈 시장은 계속 진화 중이다. 흔히 알려진 굿즈인 응원 도구, 앨범, 인형뿐만 아니라 최근엔 실생활에서 활용 가능한 상품도 출시된다. 텀블러, 휴대폰 케이스, 가방, 심지어는 주방용품까지 여러 굿즈가 나오고 있다. 연말연시에는 새해를 맞아 다이어리와 달력·사진·엽서 등이 들어 있는 굿즈 모음 세트인 '시즌 그리팅' 상품도 판매된다. 이런 상품들은 실용성과 팬심을 동시에 충족시켜 인기도 높다. 지난달 30일 스타벅스는 엔시티와 손잡고 가방, 머그컵, 텀블러 등 협업 상품을 온라인 스토어에서 0시부터 판매했는데 가방은 10분 만에 품절됐다. 머그컵도 당일 오전 완판됐다. 인기 아이돌의 팬 박정은(24)씨는 "응원 도구나 인형은 특정 상황에서만 사용이 가능하지만 텀블러, 가방 등의 굿즈는 일상 속 언제 어디서나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과 함께하는 듯한 느낌을 줌과 동시에 실용적이라 만족도가 더욱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팬 전모(여·20)씨도 "어차피 사야 했던 생활용품인데 좋아하는 가수가 담긴 물건을 사면 기분도 좋고 일석이조"라고 했다.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독특한 상품도 나오면서 팬이 아닌 이들 사이에서도 아이돌 굿즈에 대한 소장 욕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일례로 최근 K팝 산업에선 Y2K(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의 생활 양식) 복고 감성이 유행 중인데, 이런 경향에 맞춰 실물 음반에도 레트로 바람이 불고 있다. 그룹 에스파(aespa·원 안)는 지난달 첫 정규 앨범 '아마겟돈'을 발매하면서 시디 플레이어(CDP)가 포함된 음반 패키지를 냈다. 14만5천원이라는 비교적 비싼 가격에 출시됐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2차 예약 판매 물량이 순식간에 동났고, 재판매 요구가 쏟아져 지난 10일 3차 예약 판매를 진행했다. 대학생 김민정(여·20) 씨는 "팬이 아닌데도 사고 싶었다. 예쁘고 힙한데 실용적이기까지 하니 관심이 갔다"고 말했다.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도 에스파 팬뿐 아니라 일반인도 구매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인기로 짧은 기간 운영되는 오프라인 소매점인 팝업 스토어도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찾는 사람이 많아 요즘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예약 자체도 치열하다. 지난 3월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엔시티 드림의 팝업 스토어 사전 예약도 당일 바로 마감됐다. 현장 예약을 걸고 세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품절된 상품도 많았다. 이곳에 방문한 박모(여·24)씨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굿즈를 구매하면 신상품의 경우 주문 후 한두 달 뒤에 받는 경우가 많은데 팝업 스토어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바로 받을 수 있다. 이런 장점으로 귀찮아도 팝업 스토어가 열리면 꼭 방문한다"고 했다. 뉴진스도 데뷔 당시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면서 2주간 약 1만5천여명 이상 다녀가는 효과를 봤다.


★색깔풍선서 LED응원봉 진화
뿅봉·믐뭔봄 등 애칭으로 부르고
공연 땐 노래별 색 바꿔 장관 연출

대기업 협업 상품 팝업 인기
복고바람 탄 CDP, 고가에도 날개
"힙하고 유용…팬 아닌데도 사고파"

빛만큼 그늘도 뚜렷해진 시장
짝퉁상품 넘치며 저작권 문제 대두
팬심 노리는 '리셀' 재테크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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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30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그룹 세븐틴의 새 앨범이 버려져 있는 사진.
◆과도한 상술 문제…시장성숙도도 '글쎄'
아이돌 굿즈 시장이 커지며 국내 유통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시장 내 성숙도는 아직 낮다. 굿즈 판매 전략이 지나치다며 '팬심을 이용한 상술'이란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앨범 대량 구매' 문제가 있다. 민 대표는 "아티스트의 초동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이미 앨범을 구입한 팬덤이 같은 앨범을 계속 사고 있다"며 "(음반 판매량이) 계속 우상승하기만 하면 팬들에게 다 부담이 전가된다. 연예인도 팬 사인회 계속해야 하고 너무 힘들다. 지금 음반 시장 너무 잘못됐다"고 했다.

팬 사인회에 응모하기 위해선 앨범을 구매해야 하는데, 많이 사야 당첨 확률이 올라간다. 인기 아이돌의 경우 100장은 넘게 사야 당첨된다. 이런 판매 구조는 팬들의 부담을 높일 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로도 이어진다. 지난해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획사가 앨범 제작에 사용한 플라스틱은 2017년 55.8t에서 2022년 801.5t으로 급증했다. 다량의 앨범을 구입한 뒤 응모권 등만 챙기고 버리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30일 온라인상에서는 한 네티즌이 SNS에 올린 사진이 화제가 됐는데 사진 속엔 수십 개의 박스에 '마음껏 가져 가세요'란 메모와 함께 그룹 세븐틴의 앨범이 버려져 있기도 했다. 이는 팬 사인회 응모권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며 'K팝 팬덤 사이에선 익숙한 광경' 등의 반응이 나왔다.

굿즈의 중고거래 가격 문제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굿즈의 특성은 꾸준하게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굿즈는 가수의 활동에 따라 제작되고 그 시기 활동이 끝나면 구하기 힘들어진다. 이렇게 희소성을 지니고 있어 인기 상품의 경우 출시 몇 분 만에 품절되기도 하는데, 구매하지 못한 팬들은 중고로 웃돈을 얹어 두세 배 넘는 비싼 가격에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팬심을 노리고 팬이 아닌 이들이 굿즈를 구매해 되파는 재테크도 등장하고 있다. 김민정씨는 "유독 아이돌 굿즈 중고가가 높게 책정되는 듯하다. 좋아하는 마음을 이용해 수익을 노리는 게 기형적이다. 아무리 희소성 있는 상품이라 해도 너무하다고 느껴진다"고 밝혔다.

K팝 팬덤의 주 연령대가 10·20대이기에 경제 관념이 약한 청소년들도 과소비의 지름길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학생 1학년 아이를 둔 정모(45)씨는 "딸아이가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데 포토카드 한 장을 몇 만원에 거래하는 걸 보고 기겁했다"며 "좋아하는 마음으로 사는 거라 해도 잘못된 소비 습관을 가질까봐 걱정을 떨칠 수 없다. 필요성이 아닌 이미지에만 의존해 물건을 구매할까 봐 겁난다"고 말했다.

짝퉁 굿즈의 범람도 저작권 문제로 대두된다. 팬들은 공식 굿즈를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짝퉁 제품을 사고팔기도 하는데 이런 영리 행위는 초상권이나 저작권,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불법 행위다. 하지만 짝퉁 굿즈 유포를 통한 홍보 효과를 노린 소속사들이 눈을 감아주는 경우가 많아 해결은 어려운 상황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팬심을 볼모로 과도한 상술을 부리며 이득을 취하는 일은 지양돼야 한다. 팬들도 스타를 좋아하는 마음은 좋지만 어느 정도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며 "이런 노력들이 동시에 이뤄질 때 성숙한 K팝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사진=스타벅스 코리아, 각 아티스트 SNS·소속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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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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