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목욕탕 리모델링 하고, 무료 빨래방 만들고…젊은이 들어온다
청송군 현서면 중심지에 있는 화목시장은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을 통해 현대식 건물로 리모델링 됐다. 노후된 건물을 철거하고 공용화장실과 야외공연장을 설치하고 주차장을 확충해 깨끗한 환경으로 탈바꿈했다. |
경북 청송군 현서면은 얼핏 봐서는 여느 농촌 지역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이 마을 주민들에게는 자랑거리가 있다. 바로 '젊음'이다. 귀농 귀촌인과 후계농 등이 꾸준히 늘면서 젊은 세대의 유입이 증가하고 있는 것. 현서면 19개 마을 이장의 절반은 30~50대다. 덕분에 고령화와 노후화된 다른 농촌 마을과 달리 현서면에는 빈집을 찾아보기 힘들다. 외지인에 대한 텃세도 없고, 마을 주민 간 단합도 잘되기로 소문났다. 마을에 행사라도 있으면 주민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자발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내 일처럼 봉사한다.
현서면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사과'다. 사과는 마을 주민들의 주된 수입원이다. 사과 재배 기술도 우수하다. 시나노골드, 일명 '황금사과'라고도 불리는 품종도 청송군 내에서는 현서면에서 가장 먼저 재배했다. 이처럼 현서면 사과 농가주들은 신기술 도입과 정보력 등이 빠르고 사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또, 농가주들은 자신들이 연구 개발 등으로 습득한 사과 재배 방법 등을 다른 농가주들과 공유하고 있다. '사과 공부방'이 있을 정도로 사과에 진심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현서면의 사과 농가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며, 다른 마을에 비해 소득도 높다고 한다. 젊은 세대가 현서면으로 몰리는 이유다.
현서면이 이처럼 살기 좋은 농촌으로 자리매김하는데는 현서면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이 큰 몫을 했다. 현서면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촌 지역의 잠재력과 고유 테마를 살려 농촌중심지 특성과 경쟁력을 갖춘 농촌 발전거점으로 육성하고 배후마을과 소재지를 연결하는 거점중심역할을 수행하는 사업이다. 청송군은 현서면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으로 현서목욕탕 리모델링, 청송사과 테마공원 주차장 조성, 세탁방 조성, 화목장터 리모델링, 길안천 쉼터길 정비, 어린이 이야기길 조성, 역량강화사업 등을 추진했다. 특히 주민위원회의 꾸준한 활동으로 지속적인 마을 발전과 주민들의 의식 개선은 물론 현서면민들의 공동체 의식함양 및 지속적인 복지로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실천하고 있다. 쾌적하고 살기 좋은 산소 카페 청송 네 번째 이야기는 젊은이들을 불러모은 농촌, 청송군 현서면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의 스토리다.
국비 등 51억원 확보 발전거점 육성
화목시장 화장실·야외 공연장 설치
길안천 가로수 심고 전망데크 조성
이오덕 문화축제 활성화 적극 지원
현서문화체육관서 최신 영화 상영도
현서면 19개 마을이장 절반 30~50대
주민 삶의 질 만족도 80%로 높아져
방각산(方覺山)에서 발원하여 반변천으로 흘러드는 청송군 현서면 길안천에는 주민들이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전망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
청송군 현서면은 포항시와 영천시, 군위군, 의성군 등과 마주하고 있는 접경지로 국도 35호선이 지난다. 교통의 관문으로 차량 이동량이 많은 지역이다. 지금처럼 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현서면은 대구, 영천에서 청송으로 가는 주된 진입로였다. 때문에 도로 갓길에서 사과를 판매하면 수확량의 상당수를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농촌 지역과 마찬가지로 산업이 발달하면서 주민들이 점차 도시로 떠났고 마을도 생기를 잃었다. 마을의 노후화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 활성화는 현서면의 숙원 사업이 되어버렸다. 이를 위해 현서면은 '2016년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에 공모해 선정됐고 국비 등 51억원을 확보했다.
청송군은 현서면의 주요 자원인 화목시장과 길안천, 이오덕 아동문학가 등 세 가지 자원을 활용해 지역 발전을 꾀했다.
우선 청송군은 현서면 중심지에 있는 화목시장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불법건축물 등 노후화된 건물을 철거했으며, 공용화장실 1개소와 야외공연장을 설치하고 주차장을 확충하는 등 깨끗한 환경을 조성했다. 또, 철거한 부지에 홀몸노인과 거동이 불편한 주민 등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이불 빨래방을 만들었다. 현서면 건강위원회 건강지킴이들이 각 마을을 다니며 홀몸노인 등 어르신 가정을 방문해 이불을 수거, 이후 이불 빨래방에서 빨래를 한 뒤 다시 자택으로 가져다준다.
청송군 현서면 화목시장 내에 만들어진 홀몸노인과 거동이 불편한 주민 등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이불 빨래방. |
화목시장 인근에 있는 현서목욕탕 리모델링도 진행했다. 현서면 복지타운 내에 있는 현서목욕탕은 마을 어르신들의 사랑방과도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시설 노후화로 이용에 불편함이 컸다. 현대식 건물로 재개장한 현서목욕탕은 6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목욕탕 2개와 사우나실을 갖추고 있고 하루 평균 300여 명의 주민이 이용하고 있다. '현서 때 빼고 광내는 날' 행사를 열고 현서목욕탕 활성화 행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덕분에 이제는 인근 군위와 의성 주민들도 찾는 핫플이 되었다.
현서면의 길안천은 현서면 방각산(方覺山)에서 발원하여 반변천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이곳에는 주민들이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전망 데크를 설치했으며, 가로수를 심는 등 지역 경관을 개선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이오덕 문화 축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에도 나섰다. 현서면 풍물단을 활용해 행사를 진행하는 등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현서면 풍물단은 지역주민들로 구성돼 있으며,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의 지역 역량 강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청송군 현서면 화목시장 내에 설치된 야외공연장. |
주민들의 여가생활을 위해 현서문화체육관에서 영화관람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현서면에는 영화관이 없어 주민들은 최신 영화를 보기 위해 대구 등 인근 도시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왔다. 지역 내에서도 최신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돼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주민 협의체를 구성했으며, 지역 발전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선진지 견학 등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은 현서면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서면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은 정부에서 진행한 2022년 '제9회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입선했다.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는 주민과 지자체가 협력해 행복하고 활력이 넘치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우수사례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행사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지역공동체가 약화되는 등 주민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이룬 성과라 더욱더 뜻깊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다. 청송군에서 조사한 현서면 주민 삶의 질 만족도 조사를 보면 2017년 69%에서 2022년에는 11%포인트 증가한 80%로 나타났다.
이익규 현서면 주민협의체 위원장은 "지역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청년들이 지역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 활동할 수 있도록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마을이 이처럼 발전하기까지 농촌중심지 사업의 역할이 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이후에도 마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단합도 중요하지만,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동수 현서면 이장협의회 회장은 "마을 어르신들께서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고 있으며, 이에 힘입어 청년들도 마을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마을의 옛 명성을 되찾고 도시민들이 찾아오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과 협심해 진행 중인 행사와 사업들을 더욱 활성화하고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글=유병탁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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