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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 안 늙어봐서 모르는 것들

2024-07-04

무더위 속 친절 유지 어려워
청년 실업·노년층 빈곤 심각
캐나다와 한국, 노년 삶 비교
빠른 기술 발전, 힘든 노년층
존중받고 보호받는 사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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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

한국에서 맞는 여름은 역시 '무덥다'. 한국뉴스 속 온갖 사건사고를 보며 어쩌면 이런 날씨 속에서 사회적 친절함을 유지하기란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성인이 되어도 독립하지 못하는, 않는 청년들과 무한자녀부양 책임의 부담을 호소하는 부모들, 또 한편에서는 청년실업과 구직단념 등 청년층의 분노를 부각하는 소식들 그리고 인구정책 관련 청춘남녀 데이트 등의 아이디어를 짜내는 지자체들의 소식도 흥미롭다. 노년층 인구의 증가와 젊은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는 한국뿐 아니라 소위 선진국들의 공통된 현상인데 캐나다의 경우는 이민정책으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루고 있다. 한국은 출산정책에 훨씬 더 무게가 실리는 모습인데, '결혼 안 하는 개인'의 문제에 좀 더 방점이 찍히는 느낌이랄까? 혹은 청년들이 결혼을 '못하는' 그래서 아이를 낳지 않거나 못하는 개인적 선택의 사회적 이유들에 치중하는 느낌이고.

그렇다면 한국의 노년층은 과연 행복한가? OECD 최고에 육박한다는 노년층 빈곤율과 자살률만 봐도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캐나다와 한국에서 가장 삶의 질이 차이 나는 연령집단은 노년층 같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서 공항의 안내데스크 업무 같은 자원봉사는 많은 경우 senior citizen들의 몫이다. 한국은 그런 일자리마저 젊고 외모가 훌륭한 사람들의 차지인 것 같고. 지자체 단위의 많은 수업들과 종교기관의 소모임 등이 활발하지만 대부분 개인적 친목모임의 성격이고 어느 연령 이상이 되면 '사회적 개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공간을 찾기 어려운 듯하다. 공적 연금제도 등을 통한 경제적 자립, 그와 수반된 사회적 정서적 자립은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따라가기 힘든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빠르게 실생활에 도입하는 순발력은 한국의 경제개발에 큰 공헌을 했지만, 사회인프라 차원이 아닌 개인서비스 영역에 대해서는 재고해볼 일이다. 이제 노년층 어른들은 택시도 혼자서 타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고 은행의 현금인출기마저 찾기 어려워지면 안 그래도 먹고 사느라 바쁜 자식들에게 일상의 금융마저 의존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제 나도 인터넷 뱅킹을 배워야겠다고 말씀하시는 아빠께 말했다. "그래도 현금이 필요할 때는 어차피 은행에 가셔야 해요". "그렇네".

눈도 어두워지고 귀도 잘 안 들리고 동작도 느려지는, 노화된 신체를 매일 달래가며 살아야 하는 어르신들께는 그에 맞는 사회적 서비스가 계속 제공되어야 한다. 월간 데이터 총량이 소진되어 충전이 필요한 아빠를 대신해 통신회사에 전화를 했다. 상담사 연결에 '어르신 전용 서비스'라는 항목이 있어 가르쳐 드리는데, 그 서비스를 선택하기까지도 긴 ARS 안내 메시지를 듣고 몇 단계에 거쳐 제대로 반응해야 한다. '아이고 못 들어버렸다' 하시는 아빠께 이전으로 돌아가기 버튼을 알려드리며 '어르신'들이 이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실 수 있을까 의문스러워졌다. 수없이 많은 로그인과 그에 필요한 비밀번호 관리,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는 중년층에게도 골치 아픈 일이 되어가고 있으니 노년층 어르신들께는 무리이다.

아직 안 늙어봐서 모르는 것들이 있다. 나 또한 늙어가는 부모와 한 집에서 일상을 함께하면서야 배우는 것들이 있고.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국가는 어떤 곳일까? 신체기능도 인지기능도 예전 같지 않을 때 그래도 보호받고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곳 아닐까?
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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