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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심 변호사가 바라본 세상] 나의 특별한 체험

2024-07-09

[김영심 변호사가 바라본 세상] 나의 특별한 체험
김영심 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요즘 나는 장애인이다. 얼마 전 야구경기를 보러 갔다가 계단에서 삐끗하면서 골절상을 입어 깁스를 한 상태다.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하니 법원에 가는 것이 힘들어 당분간 영상 재판을 하고 있다. 영상재판은 코로나19 당시 법원에 출석하는 것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 되면서 법원에서 변호사 등 소송관계자가 법원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컴퓨터 등 화상 장치를 이용하여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구축한 것으로,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제도 덕분에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법원에 출석하지 않고도 편하게 재판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온라인 세상으로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좋은 예다.

지난 주말 공연 관람을 위해 서울을 다녀왔다. 이미 예약을 해 둔 상태고 취소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겹쳐서 목발을 짚고 가기로 했다. 본의 아니게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위해 어떤 배려를 하고 있는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장애인을 대하는 사람들의 의식 수준은 높아졌지만,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은 부족했고 불편했다. 사람들은 문 앞에서 손잡이를 잡고 나를 기다려주었고,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내가 먼저 탑승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기억에 남는 건 공연장 직원으로부터 받았던 친절이다. 좁은 좌석에 앉아 있으니 깁스를 한 발이 불편하여 통로 쪽으로 다리를 살짝 들어 올리고 있었는데, 언제 봤는지 직원이 키높이 좌석 방석을 들고 와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데 필요하면 여기에 다리를 올리시라"고 하면서 방석을 주고 갔다. 직원의 친절 덕분에 편하게 공연 관람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공연장의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은 최악이었다. 이 공연장은 약 2년 전 오픈한 1천300여 석 규모의 대공연장으로, 일본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멋있고 세련된 곳이다. 그런데 그 공연장에 휠체어가 구비되어 있지 않아 나는 목발을 짚고 입구에서 공연장까지 한참을 걸어야 했다. 하지만 그건 다음에 있을 사건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었다. 공연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2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기다리기 위해, 실내 중앙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편하게 위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후 공연 입장을 알리는 안내방송을 듣고 1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갔는데,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하행 에스컬레이터가 없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근처에 엘리베이터도 보이지 않았다. 직원에게 엘리베이터가 어디 있는지 물었더니 족히 50m가 넘는 거리의 공연장 맨 구석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알려주었다. 그 거리를 목발에 의지해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계단을 이용하기로 했다. 내려갈 계단을 보니 아찔했다. 대공연장의 높은 층고로 계단 수가 엄청 많았기 때문이다. 목발을 짚으며 계단을 내려오는 내내 화가 났다. 이렇게 현대적인 대공연장을 지으면서 어떻게 하행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지 않을 수 있는가. 공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배제된 것인가.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랍시고 공연장 구석에 설치한 엘리베이터로 건축심의가 통과되었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계단을 다 내려오니 목발 짚은 손바닥이 얼얼했고, 힘이 죽 빠졌다.

흔히들 '사람 중심의 건축'이라는 말을 한다. 그 사람에는 장애인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 아닌가.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고 있으니 언젠가는 공간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아직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이 생활하기에 불편한 곳이라는 것을 몸소 느낀 하루였다.

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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