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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 창] 마스크 쓰고 말 배운 아이, 지금은?

2024-07-10

코로나로 언어 발달 어려움
비대면 시대 언어 지체 심각
아이 언어발달 사회적노력 등
가정에서 언어 상호작용 필요
또래와 놀이활동 강화해야

[시선과 창] 마스크 쓰고 말 배운 아이, 지금은?
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코로나가 휩쓸고 간 뒤 많은 이야기가 남았다.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던 풍경, 사람끼리 모이지 못하도록 강제했던 이야기, 백신이 모자라 우선순위를 정해 예방 접종을 하던 일은 벌써 지난 이야기가 되었다. 비대면 활동의 의미가 새롭게 형성되었고, 배달 업계는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 맺음과 관계 확인의 방법도 달라졌다.

그렇게 보낸 3년여 동안 우리 아이들은 말을 잃어갔다. 입 모양, 표정을 보면서 말하기, 듣기를 배워야 할 아이들은 마스크 때문에 배울 수가 없었다. 또래와의 놀이, 어른과의 대화 등 사회적 상호 작용을 통해 다양한 언어를 배우는데, 그럴 수도 없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이 문을 닫아 또래들과의 언어 활동, 신체 활동 기회를 얻지 못했다. 움직임이 적어 정서적 불안정을 떨쳐버릴 기회가 줄어들기도 했다. 그렇게 쌓인 스트레스가 언어 습득에 나쁜 영향을 주는 악순환 구조가 생겼다.

조금 큰 아이들은 배달 문화에도 익숙해졌다. 아이들은 앱을 통해 주문하고, 앱을 통해 결제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정확해졌고, 편리해졌고, 안전해졌다. 그런 시간이 쌓여가는 동안 아이들의 말하기 능력은 정체되었다. 말로 주문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생겼다. 문자 위주의 앱에 길든 탓이다. 말로 주문 내용을 소통하기에는 선택 항목이 많아진 탓도 있다.

BBC는 '코로나19 봉쇄령, 어린이 언어 발달에 악영향'이라는 제목의 보도(2021년 4월27일)에서 영국교육기부재단(EFF)의 연구를 인용하여 취학 전 아동들의 언어 발달 지연의 심각성을 알리기도 했다. 재단이 잉글랜드 지역 학생 5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언어 발달 관련 도움이 필요한 4~5세 아이의 숫자가 20~25% 늘어났다고 보고했다.

미국 브라운 대학의 영유아 발달 연구 센터가 팬데믹 시작 후 태어난 아기들의 인지 발달 점수를 조사했더니 팬데믹 이전에 태어난 아기들에 비해 평균 22% 낮았고, 언어 발달, 운동 기술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다고 했다. 이 연구는 소아 신경 과학자인 디오니(Sean Deoni) 박사와 연구팀이 주체가 되어 수행했으며 결과는 2021년 발표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 2024년 6월6일 공개한 '2023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에는 0~5세 아동의 언어 발달은 2.4점으로 2018년 2.25점보다 0.15점 높아졌다고 했다. 다만 9~17세 중 '스트레스가 대단히 많은 아동'은 1.2%로 2018년 0.9%보다 증가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의 조사가 신뢰성과 타당성이 있고, 결과가 정확하다면 정말 좋겠다. 만약 외국 연구처럼 언어 지체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 아이들의 표현력 신장을 위해 범사회적이고 전문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의사소통 역량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중요한 역량이기 때문이다.

'말하기'는 단순히 단어를 표현하는 의미를 넘어 사회적 상호 작용, 정서 표현, 지식 전달 등의 의미가 있다. 또 말하기는 어휘력, 문장력, 사고력, 추리력 등 사람으로 사는 데 필요한 역량이 종합된 표현 행위다. 소홀히 살필 일이 아닌 이유다.

가정에서부터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 등 언어적 상호 작용을 늘려야 한다. 또래와 함께하는 퍼즐, 단어 카드, 역할 놀이 등의 소규모 놀이 활동을 강화하고, 전문가가 참여하는 언어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TV 시청 시간을 줄이고, 절제된 휴대전화 사용 습관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의 언어적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 어떤 아이든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자기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세심하게 살펴보자.

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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