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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당신은 기억하고 있습니까?

2024-07-29

[취재수첩] 당신은 기억하고 있습니까?
마준영기자〈경북부〉

지난달 26일은 고(故) 최숙현 선수가 세상을 등진 지 4주기가 되는 날이다. 최고의 철인을 꿈꿔왔던 최 선수의 아픔과 체육계의 문제에 대해 경쟁적으로 보도하던 언론도 올해는 기사를 찾기 어려울 만큼 조용하다.

최 선수에 관한 관심은 점점 시들어가고 있지만 그가 태어나고 자란 경북 칠곡군에서만큼은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 지역 곳곳에는 최 선수를 추모하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SNS에도 글이 올라왔다.

특히 김용옥 칠곡국민체육센터장이 SNS에 올린 글에는 많은 칠곡군민이 댓글을 달며 최 선수의 명복을 빌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댓글에는 '우리의 예쁜 따님이 그렇게 떠나고 세월이 무심하게 흘렀다. 정정당당한 체육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늘 기억하고 애도하며 재발 방지 대책이 절실하다'라며 추모와 함께 체육계를 걱정하는 글도 달렸다.

최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고 보낸 문자 메시지는 아직도 국민 모두에게 큰 충격과 분노로 남아 있다.

검찰, 경찰, 대한체육회 등 7곳의 기관에 자신의 처지를 그렇게 애타게 하소연했지만, 그 어디도 나서는 데가 없었다. 최 선수 사후 지난 3년간 가해 당사자인 운동처방사와 감독, 선배 선수는 각각 징역 8년, 7년, 4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고, 체육계 인권 개선을 위한 최숙현법과 스포츠윤리센터가 제정, 설치됐다.

엄한 처벌과 법·제도가 확립돼 체육계 약자들에 대한 보호와 구제가 개선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최 선수 사후에도 실업 선수 7명 중 한 명이 폭력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운동부 지도자 비위 유형 총 198건 중 가장 많은 51건(26%)이 선수 폭력 사건이었다. 폭행, 성폭행, 길들이기, 학습권 침해 등 주로 선수들에 대한 인권 침해 문제는 최 선수 사망 이후에도 고질적인 체육계 문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해에는 전남 광주의 한 고교 운동부 코치 A씨가 제자 폭행에 이어 그의 어머니를 성추행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A씨는 운동부 선수로 활동하던 B학생을 양말이 더럽다거나 친구와 장난을 친다는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 폭행했다. A씨는 학부모들과 식사를 하던 중 B학생의 어머니를 따로 불러낸 뒤 허리를 두 차례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 선수를 잊어서일까. A씨와 유사한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 모두가 그날의 아픈 기억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잊힌다면 또 다른 소중한 아들과 딸들이 제2의 최 선수가 될 수 있다.마준영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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